[단독]美당국, 국내은행 뉴욕지점 자금세탁 조사..금융권 긴장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최동수 기자 | 2017.01.10 05:42

농협은행, 이달초 FRB로부터 '서면합의' 조치 통보.."글로벌 수준에 맞는 시스템·인력 필요" 지적

국내 은행의 미국 뉴욕지점이 자금세탁방지법 준수 여부와 관련해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금융당국은 지난해 중국과 대만 대형은행에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어 국내 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 FRB 건물

9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달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자금세탁방지법 준수 미흡으로 시정조치에 해당하는 ‘서면합의(written agreement)’ 조치를 통보받았다. 국내 은행이 FRB에서 자금세탁방지법과 관련해 조치를 받은 것은 지난해 초 IBK기업은행에 이어 두 번째다. 함께 조사를 진행한 뉴욕 금융감독국(DFS)에서는 아직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미국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법과 관련한 규정을 강화하는 한편 자국에 진출한 해외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해 왔다. 뉴욕에 지점을 개설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KEB하나은행 등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순차적으로 받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미 2014년에 조사를 받고 지난해초 서면합의 조치에 따라 이행각서를 냈다. 미국에 진출한 국내 은행 지점은 총 16곳이며 이 중 6곳이 뉴욕에 있다.

농협은행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내부 시스템 미흡과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시정 조치를 받았다. 이에따라 이달안에 이사회를 열어 이행각서를 의결하고 뉴욕지점뿐만 아니라 본점 차원에서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개선 내용을 확정해 미국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서면합의는 미국 금융당국의 감사 등급 5단계 중 3등급에 해당한다. 은행 최고의결 기구인 이사회에서 이행각서를 의결해 제출하면 미국 당국이 이행 사항을 지속 점검하는데 이행사항이 미흡하면 더 엄중한 제재를 당할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농협은행 뉴욕지점은 사무소에서 지점으로 전환된지 3년여밖에 되지 않고 농협은행은 해외 진출 경험이 부족해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한 준비가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강화된 규제 수준에 맞추려면 현지 직원을 추가 채용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구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이행각서를 낸 기업은행은 당초 1명이었던 뉴욕지점 준법감시인을 6명까지 늘렸다. 지점 전체 인원 24명 중 준법감시인 비중이 25%나 된다.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만큼 다른 은행도 긴장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과 8월에 중국 3위 은행인 농업은행과 대만 1위 은행인 메가뱅크에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2억1500만달러(약 2460억원)와 1억8000만달러(약 206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국내 은행 중에선 기업은행이 지난해 초 제출한 이행각서와 별도로 이란과 1조원대 거래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페이퍼컴퍼니인 엔코래가 2012년에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계좌에서 1조원을 인출해 9개국으로 송금한 것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 사안은 국내에서 이미 무혐의로 결론 났으나 미국 당국은 조사를 진행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의 금융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국내 은행들이 벌금까지 부과받지는 않더라도 각종 지적을 받고 있다”며 “추가적인 시스템 구비와 현지 전문인력 고용으로 해외 진출시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당국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오는 2019년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회원국간 상호평가를 앞두고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공동대응반을 가동하고 있다. 상호평가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국가신인도 하락과 자국 금융회사에 대한 외국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 등 불이익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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