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 초선의원이 안철수 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머니투데이 이용호 국민의당 국회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  | 2017.01.06 11:01

[the300]이용호 국민의당 국회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순천 C형감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6.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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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원께서 5일 아침 당 지도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는 소식에 그나마 마음이 놓입니다. “칩거한 것이 아니라 숙고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미국에 갔다 와서 같이 논의하자”고 했다는데, 잘 하셨습니다.

안의원께서 한동안 당 지도부의 전화조차 받지 않고, 일부 언론을 통해 ‘당과 관계없이 독자행보를 할 것’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치 외롭고 먼 길을 떠나보내려는 사람의 마음 같아서요.

안의원께서 원내대표 경선 때문에 칩거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당 외연 확장을 위해 수도권 의원이 원내대표가 됐어야 한다는 논리에 동의합니다. 저의 가족도 김성식의원을 뽑아야한다고 열을 올렸으니까요.

하지만 안의원께서도 주승용의원이 그동안 여러 차례 당직이나 국회직 배분 과정에서 양보한 것을 아실 것입니다. 김의원이 출마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주의원 합의추대로 끝났을 것입니다. 경선 결과를 가지고 호남이네 비호남이네, ‘친안철수’네 아니네 할 필요조차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프레임은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우리당에는 호남당 논란과 함께 사당화 논란도 따라 다녔습니다. 둘 다 좋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정치란 이번에 경험한 것처럼 당위성이나 명분대로만 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실 정치는 개인의 욕망과 명분 사이, 어느 지점에서 형성되는 것이겠죠. 그것을 원망해 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경선과정에서 안의원님을 만났던 생각이 납니다. 비록 20여분 정도였지만, 사실 단 둘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소속의원이 고작 38명밖에 안 되는 정당이므로 이런 시간들이 더 자주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원내대표 경선도 이제 다 지난 일이 되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란 간단치 않은 존재들임을 저도 새삼 깨닫습니다. 차제에 좋은 경험했다하고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국민의당은 계파패권주의를 거부한 인사들이 새 정치하겠다고 만든 정당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당내 계파나 사당화 논란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대선지지도가 40%를 넘나들던 2012년, 안철수 현상이 한창 꽃필 때, 안의원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솔직히 저도 지금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이렇다 할 정치적 잘못도 없고, 나름 치열하게 달려왔는데 도대체 그 많던 지지자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런 회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탄핵정국만 해도 얼마나 선도적이고 책임 있게 대처했습니까. 가장 먼저 사퇴를 주장하고 눈 내리는 거리에서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가까이서 지켜본 입장에서도 지지율 정체가 안타깝고 원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는 일입니다. 민심이란 참 무정한 것 같습니다.
안의원께서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곁에는 지금 38명의 현역의원과 든든한 당이 있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 현역 의원이 한 사람 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맞습니다. 이순신 장군은 고작 13척의 배로 왜적을 물리쳤는데, 우리라고 비겁하게 배가 부족하다는 핑계를 댈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화위복이라는 말을 저는 좋아합니다. 위기에 기회는 있습니다. 우리당이 하나로 뭉치면 못할 일이 없지 않습니까. 흔들림 없이 밀고 나가면 승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직도 당내에서 ‘제 3지대론’이네 ‘자강론’이네, 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네 아니네 하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가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함께 치열하게 토론해 좌표를 일치시켰으면 좋겠습니다. 터놓고 얘기하다보면 마음이 하나로 모아질 것입니다. 안의원께서 몸을 던져 지역과 선수를 가리지 말고 당내 의원들과 소통하실 것을 권합니다. 저도 당내 생각의 격차를 줄이는데 나서겠습니다.

혹여 독자 행보를 하겠다는 생각은 안하셨으면 합니다. 자꾸 사람가리고 따로 가다보면, 결국 혼자만 남게 됩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다들 부족하니까 함께하는 것 아닌가요. 혼자서는 아무리 큰 나무도 숲을 만들지는 못합니다.

대선은 마라톤입니다. 이제 출발 선상입니다. 처음에 한두 번 앞서 달린다고 우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초조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은 곡절과 반전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새해에는 국민의당과 안의원께 큰 행운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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