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심박수 관리하는 동국제강이 해야할 일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 2017.01.06 07:00

[기자수첩]

연말에 만난 동국제강 대외관계자들이 손목에 붉거나 검은 최신형 스마트밴드를 차고 있었다. 전자회사도 아닌 철강사 40~50대 '아재'들이 지나치게 최신형인 기기를 두른 게 이채로워 "유행을 선도하신다"고 농을 던지니 "선물"이란다.

장세욱 부회장이 개당 20만원짜리 밴드를 고생한 팀장들에게 하나씩 돌렸다고 한다. 이 밴드는 프로그램을 잘 이용하면 건강 관리에 유용하다.

최근 동국제강은 오너 사재가 아니라 회사비용으로 임직원 건강을 관리해야 할 만큼 고난사를 겪었다. 팀장급들은 3년 전부터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낸 적이 없다. 오너가 영어의 몸이 되어 리더십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 비슷한 시기에 을지로 본사 페럼타워를 잃었다. 고(故) 장경호 창업주가 작고하기 1년 전에 산 땅이었다. 이 수하동 터는 장세주 회장이 부친 뜻을 거스르고 사옥으로 건축해 100년 대계를 세웠다던 빌딩 아니던가.

동국제강은 이후로도 많은 걸 내줬다. 포항 후판공장을 폐쇄했고 계열사 국제종합기계를 팔았다. 당진 사원아파트 페럼빌을 매각했다. 전자 계열사 DK유아이엘도 처분했다. 장 회장이 지성을 들였던 골프장 페럼클럽을 포기했다.

관계자들과 자리를 마치며 "허탈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무게를 덜었으니 이제 비상할 일만 남으셨다"고 덕담을 건냈다. 그러자 "부회장님이 살뜰해서 걱정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열흘도 지나지 않았을까. 이들의 수난은 계속됐다. 전화기 너머의 홍보 관계자 음성은 풀이 죽어 있었다. 12월 초 이사직에 오른 장세주 회장의 장남이 사고를 일으켜서다. 폭행 시비로 입건되자 회사가 사과문을 준비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일까. 이틀 후엔 포항 제강소의 전기로가 멈춰섰다. 관리부실로 쇳물이 넘쳐 중요 라인이 생산을 중단했다. 주문에 대응하지 못한 회사는 연말 연초 수요가 느는 매출 적기를 눈앞에서 놓치고 있다.

장세주 회장을 대신해 회사를 이끄는 장세욱 부회장은 신년 화두로 '부국강병'을 들었다고 한다. 군인 출신인 그가 임직원들 체력을 걱정하며 어떤 각오를 다지는지는 알 것 같다. 그가 준 선물의 선의를 왜곡하거나 우스개로 만들 생각도 없다. 하지만 심박수 체크 좀 한다고 '강병'이 되진 않는다. 먼저 부하들 사기가 올라야 업무든 운동이든 할 게 아닌가.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욕하고 때리고, 다른 여자까지…" 프로야구 선수 폭로글 또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