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100일… 설대목 실종우려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정현수 기자, 박경담 기자, 김민우 기자 | 2017.01.05 05:01

작년 9월 28일 시행. 외식업계, 농축산업, 화훼업종 타격… 설대목이 관건

3일 강원도 춘천시 농협중앙회 강원지역본부 앞에서 청탁금지법 극복을 위한 ‘강원도 한우사랑 대축제’가 열리고 있다.(농협중앙회 강원본부제공)2016.11.3/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청탁금지법이 5일 시행 100일을 맞는 가운데 관행적인 접대문화가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외식업계와 농축산업, 화훼업계 등 서민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설 대목경기가 청탁금지법 여파로 급랭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않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소비위축을 막기 위한 대책을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통해 논의 중이지만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청탁금지법 관련 대책 준비상황을 묻는 질문에 "아직 고민 중인데 어떤 방식으로 할지 생각보다 해법이 쉽지 않다"면서 "긴 시간 끌지는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청탁금지법이 규정한 3만원(식사), 5만원(선물), 10만원(경조사비) 조항이 전반적인 소비심리를 위축하고 외식업과 농축산업계 소비침체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외식업종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84.1%가 1년 전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실제 서울시내 관가나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유명 음식점과 고급 한정식집, 일식집 등은 폐업하거나 매출감소를 견디다 못해 업종 전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최근 카드 소비패턴을 보면 주중보다 주말 사용이 늘었는데 이는 가장들이 주중 동료보다 주말에 가족들과 소비한다는 뜻"이라면서 "소비패턴 변화에 따라 외식업 등에서 부침이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외식업계의 부진은 고용절벽으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음식·주점업 종사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만명가량 줄었다. 통계청이 조사한 11월 음식·숙박업 취업자 증가폭도 7만4000명에 그쳤다. 이전 석 달 동안 매달 10만명 증가하던 취업자 수가 한 달새 3만명 가까이 줄었다. 고급 음식점 손님이 감소하면서 비용절감을 위해 종업원부터 줄인 결과인데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법규가 아이러니하게도 서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빼앗게 된 것이다.

농축산업계도 타격이 크긴 마찬가지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달 13일 식품접객·유통·농수축산화훼업 등 3개 업종 612개 업체를 대상으로 청탁금지법 시행이 사업체 매출에 연관성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43.6%는 '있다'고 답했고 40.5%는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경조사용 화환이나 인사철 축하난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화훼업계는 고사위기에 빠졌다. 한 화훼업체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이전보다 20~30%가량 매출이 줄었다"면서 "IMF 금융위기나 메르스 사태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졌는데 청탁금지법은 그럴 수도 없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난(蘭)의 경우 매주 월·목요일 2차례 경매가 수요 감소로 한 차례로 줄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화훼관련 업종의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전년 대비 28.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가오는 설 대목이 문제다. 지난해의 경우 추석연휴(14~18일)를 지낸 9월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됐고 10월 들어서도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소비진작책으로 소비위축을 상쇄했다. 그러나 올들어선 본격적인 설대목을 앞두고 벌써부터 소비위축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부 역시 한우 등 고가 농축산물 선물세트 등 판매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소비진작 대책을 고민 중이다.

앞서 정부는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설 연휴 전까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소비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농축수산물 소비를 유도하고 음식점업·화훼업 등 피해업종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골자다.

이와 관련, 정부는 6일 범정부 경제정책TF 겸 물가관계 차관회의를 열어 설 민생대책과 청탁금지법에 따른 소비위축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청탁금지법이 사회 부조리를 걷어내고자 했지만 되레 내수 위축이나 서민고용 절벽과 같은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대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특히 3, 5, 10규정을 상향조정하는 방안까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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