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한강 뛰어드는 남자…매년 시신 200구 수습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17.01.05 19:14

[인터뷰]이규동 한강경찰대 순찰3팀장…경찰 잠수부, 작년 110명 목숨 구해

이규동 한강경찰대 순찰3팀장(52). /사진=김평화 기자
살을 에는 한겨울 추위에도 얼음을 깨고 제 발로 한강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 한강경찰대 순찰3팀장을 맡고 있는 이규동 경위(52)는 "호흡 장비가 얼어붙어 아찔했던 순간만 해도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이 경위는 잠수 경력 8년차다.

서울 망원동 한강경찰대에서 이 경위를 만나 잠수부 대원들의 희노애락을 들었다.

대원들 30여명이 맡은 주요 역할은 한강에 빠진 시민들을 구조하는 일이다.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41.5㎞ 지역의 안전을 책임진다. 3교대로 24시간 밤낮없이 일한다. 사고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경위는 한강경찰대에 다시 돌아온 경우다. 2005~2008년 한강경찰대 대원으로 활약하고 서울 혜화경찰서로 발령 났다. '육지생활'도 잠시, 2012년 7월 돌아왔다. 두 번 모두 직접 자원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에서 처음 경찰 제복을 입은 이 경위는 해수욕장 인명구조원으로 활동했다. 대학교 때 스킨스쿠버 동아리 활동을 할 정도로 물을 좋아했다. 자연스레 적십자 인명구조 자격증도 취득했다. 한강경찰대 대원이 되기 위해선 잠수·선박조종·인명구조 자격증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이 경위는 "물을 워낙 좋아해 한강경찰대 일이 체질에 맞는다"고 말했다.

다급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장비를 갖추지 않고 그대로 물에 뛰어드는 일이 잦다. 이 경위는 "원칙적으로 잠수복을 갖추고 입수해야 하지만 1초가 급한 상황에서 옷을 입을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대원들은 평소 훈련이 잘돼있기 때문에 다행히 불상사는 일어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체력은 필수다. 대원들은 정기 훈련 외에 개인적으로도 체력을 관리한다. 보디빌딩, 사이클, 달리기 등 다양한 운동 취미를 갖고 있다.

아무리 훈련해도 아찔한 경험은 종종 있다. 잠수복을 입어도 손이나 입 주변은 차가운 물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 경위는 "겨울에는 10분 정도 잠수하면 몸이 굳는 게 느껴진다"며 "잠수한지 15분만 지나면 손이 시려 줄을 못 잡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강 물이 얼어붙는 1월 중순쯤이 가장 위험한 시기다. 수중 호흡을 돕는 장비가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얼어버리기도 한다. 변사체를 찾기 위해 잠수수색을 벌이던 중 강한 바람에 이동한 얼음 덩어리가 수색장소를 덮어 출구가 막혔던 적도 있다.

이 경위는 "겨울철에는 기상상황이 실시간으로 바뀌어서 돌발상황이 많다"며 "매달 훈련으로 임기응변 능력을 키운다"고 말했다.

일단 물속에 들어가면 애로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방향을 파악하기 어렵다. 한강은 물이 뿌옇고 부유물이 많아 잠수하기에 '난코스'다. 물속에서 잠수부들이 의지할 곳은 나침반과 노끈뿐이다. 한 번 잠수하면 30분 이상 머무를 수 없다. 얼음을 깨고 물속에 들어간 상태에서 다시 얼음이 얼면 극한의 공포가 엄습하기도 한다.

이 경위는 "시야 확보가 어려운 한강에서 시민을 구하거나 변사체를 찾아 내는 일은 난이도가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두 번씩이나 자원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한강경찰대가 살린 목숨은 △지난해 110명 △2015년 130명 △2014년 136명에 달한다. 이밖에도 매년 변사체 200여구를 한강에서 건져내고 있다.

이 경위는 "대부분 인생의 밑바닥에 처한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정을 내린다"며 "그런 사람들의 시신을 잘 수습하는 것은 마지막 길을 위로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신을 다루는 일이 유쾌할 리 없다. 그러나 그는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시신을 보고 역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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