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터넷전문은행장 빠진 신년인사회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7.01.03 18:20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범금융권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정치권 인사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당국 수장, 700여명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총출동해 덕담을 나눴다.

금융권 인사들은 올해 주요 이슈 중 하나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을 꼽았다. 그런데 정작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초대은행장은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의 은행업 본인가를 받아 24년만에 탄생하는 신생 은행으로 주목받고 있다.

범금융권 신년인사회 실무를 담당하는 은행연합회측은 케이뱅크가 이달말 영업을 시작하다 보니 협회 등록이 마무리되지 않아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타당한 이유지만 인터넷은행장이 빠진 범금융권 신년인사회는 인터넷은행의 불안한 현재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케이뱅크는 이미 자본금 2500억원의 절반을 사업 준비에 썼다. 2~3년안에 2000억~3000억원의 증자가 필요하지만 산업자본의 지분 제한을 풀어주기 전에는 어느 주주도 증자에 나서긴 힘들다. 인터넷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해 은행산업의 판을 바꿔보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금융회사가 케이뱅크 증자에 적극 나서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산업자본은 은행의 의결권 지분을 4%, 총 지분도 10%까지만 보유하도록 제한한 은행법 탓에 증자에 한계가 있다.


케이뱅크도 은행인 만큼 자본비율을 엄격히 맞춰야 한다. 부족한 자본으로 적극적으로 영업과 마케팅에 나서긴 어려울 것이다. 요즘 금융권에 ‘살얼음을 밟듯 어려운 상황’이란 뜻의 여리박빙(如履薄氷)이란 사자성어가 유행인데 케이뱅크야말로 여리박빙의 심정으로 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음주 임시국회가 열린다. 이번에도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제한을 완화해주는 법 개정 문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한다면 케이뱅크가 딛고 있는 살얼음판이 얼마를 더 버틸지 장담하기 힘들다. 또 다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지난해말 본인가 신청을 하겠다고 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본인가를 서둘러 받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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