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개살구' 저소득층 전세임대 지원…계약포기 속출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7.01.03 05:03

현실성 떨어지고 까다로운 조건 지적에도 올해 또 반복…신청자들 "전형적 탁상행정, 현실화 절실"

#"우선순위로 전세임대주택 지원대상자로 당첨됐지만 계약할 수 있는 집을 못 찾아 포기했어요. 청년 주거부담 해결해준다더니 알아서 조건에 맞는 집 찾아와야 도와주겠다는 건가요?"(20대 대학생 A씨)

#"신청자들 집 구하느라 생고생시키는 이런 제도, 현실과 맞지 않는데 매년 똑같이 되풀이하는 걸 보면 화가 나고 서럽기까지 해요. 올해 공고도 작년과 달라진 것 하나 없네요."(30대 한부모가정 B씨)

저소득층과 청년의 주거부담 완화를 위한 전세임대주택 지원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에도 새해에도 개선 없이 기존 방식을 답습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일제히 전세임대주택 지원자 모집에 나섰지만 그동안 지적돼왔던 문제점에 대한 개선·보완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전세임대주택은 선정된 입주대상자가 살고 싶은 주택을 직접 물색해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공공기관이 주택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입주대상자에 저렴하게 임대하는 '전대차' 방식으로 운영된다.

LH와 SH공사는 올해 사회취약계층과 저소득 신혼부부 등을 상대로 전세보증금을 최대 85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전세임대주택을 각각 2만1000가구(전국), 2500가구(서울) 공급할 계획으로 이달중 신청자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두 기관 모두 서울 기준 전세보증금 지원액을 최대 8500만원까지로 제한, 보증금의 95%(최대 8075만원)는 저금리로 지원하고 나머지 5%(최대 425만원)는 입주가가 계약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LH는 △기존주택(2만3202가구) △신혼부부(4343가구) △청년(7539가구) △소년소녀가정(611가구) 등 3만5695가구를, SH공사는 2500가구를 지원했다.

문제는 전셋값 상승으로 지원금액 한도 8500만원 이내의 주택을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주택 심사 요건이 까다롭고 집주인의 동의를 얻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서울 등 수도권에서 8500만원 이하 전셋집은 변두리 주택이나 반지하, 옥탑방, 재건축 직전의 노후주택 등에 불과한 실정이다. 8500만원을 초과하는 보증금은 입주자 부담인데 저소득층이 이를 스스로 충당하긴 어렵다.

SH공사가 지난해 지원한 2500가구 전세임대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8420만원, 지원금액은 7046만원 수준으로 85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추가 부담한 사례는 많지 않다.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 계약을 포기한 대학생 A씨는 "부동산 20곳에 연락을 돌렸는데 LH전세임대가 가능한 매물이 있다는 곳은 딱 한 곳에 불과했다"며 "값이 싼 작은 집일수록 월세가 대부분인데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부모가정 지원대상자 B씨도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서 급한 마음에 계약금을 좀 걸고 심사를 넣었는데 실거래가의 절반도 안되는 대출이 있다는 이유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며 "집주인에게 사정해 겨우 계약금을 돌려 받았다"고 토로했다.

단독·다가구주택의 경우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 제출의무가 있고 계약을 기관과 직접 해야하다보니 집주인들이 꺼리는 문제도 여전하다. 일반 전세세입자를 받는 것과 비교해 인센티브는 커녕 불편만 가중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LH 전세임대 계약 체결 경험이 있는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신청자가 어렵게 전셋집을 골라와도 승인되는 확률은 50% 정도로 본다"며 "중개하는 사람들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현실성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청자로 선정됐더라도 계약 포기가 속출한다. 때문에 2~3배수를 뽑아 놓고 포기자가 나오면 다음 순번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동안 제도 개선에 대한 지적이 반복됐지만 올해도 달라진 건 없다.

전세임대 포기자 C씨는 "공급 가구수만 내세워서 주거복지 서비스를 잘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주택 매입은 재정상 어렵더라도 월세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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