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안부 합의 1년…여론 악화시킨 외교부의 '자기방어'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 2017.01.02 06:00

[the300]소통없이 합의 후 반대여론 설득 없이 이행, '이중불통'…합의 정당성 빛바래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아 외교부를 향한 국민들의 성토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는 단순히 해당 합의 내용에 대한 아쉬움을 떠나 정부가 국민의 여론을 읽지 못한다는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다.

윤병세 장관은 지난 29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위안부 합의에 대해 "본질 면에서는 정부가 24년간의 난제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진일보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일본 내 진보적 인사들의 긍정적 평가를 소개하며 "시야를 넓혀 균형 잡히게 보면 다른 시각으로 보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60%에 가까운 위안부 합의 '파기' 여론(29일 리얼미터 조사)은 마치 '본질'을 제대로 읽지 못한 잘못된 평가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일었다.

정부로서는 이번 합의가 과거 아시아여성기금, '사사에안(案)' 등에 비해 객관적으로 진전된 것이며, 상대가 있는 외교에서 일부 타협이 불가피하단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싶었을 수 있다. "'뜨거운 감자'처럼 피하고 싶은 협상을 정공법으로 풀어갔다. 지금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은 앞으로 이해해줄 날이 있을 것"이라는 윤 장관의 말에선 억울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위안부 합의 여론을 지난 1년간 악화시켜왔단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국내 반발 여론이 나올때마다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맞섰다. "대승적 관점에서 봐달라"(윤병세, 2015년 12월 합의 직후), "어느 정부도 이루지 못한 외교 성과"(윤병세, 9월 국감),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10월 외교백서)라는 '자기방어'만 반복됐다.


합의의 아쉬운 점에 대한 자기고백이나 반성, 반대하는 국민과 피해자 할머니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감정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보다는 합의 이행에만 공을 들였다. 정부가 할머니들과 충분한 소통 없이 '불가역적 합의'를 하고, 이미 체결된 협상이라 뒤집을 수 없다며 설득 과정을 또 다시 생략하고 이행으로 나아가는 '이중 불통'이 벌어진 셈이다. 이러고 정부가 합의의 정당성과 진정성을 강조하니 '변명'으로 느껴지는 게 무리는 아니다.

최근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소녀상 건립을 둘러싼 논란은 예견된 일이다. 정부 간 '불가역적' 합의를 체결해도 민간의 목소리를 막을 수는 없다. 정부도 이를 알기에 양국 합의에 '소녀상 문제 해결'을 밝혀놓고도, 일본에서 소녀상 이전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민간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뒷짐을 졌다.

정부는 부산 소녀상에 대해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양(禮讓) 및 관행이란 측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것이 일본 정부를 의식한 어쩔 수 없는 외교적 입장 표명인지, 국민 여론을 또 다시 오판한 것인지 외교부의 추후 대응을 주목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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