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영장에 국민연금 '나락'…"국민노후자금 맡기겠나"

뉴스1 제공  | 2016.12.30 16:25

신뢰도 추락에 보험료 인상 등 국민저항 커질 듯
정부 "신뢰 회복 위해 제도 개선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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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작년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 결정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저의 바람은 한 가지뿐입니다. 국민연금을 모든 국민이 진정으로 믿고 의지하며 사랑할 수 있는 제도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2015년 12월31일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취임할 때 했던 말이다.

꼭 1년 후인 30일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국민연금을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있다.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전무후무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상처를 입었지만 540조원 규모의 국민 노후 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의 신뢰도 역시 커다란 시련을 만났다.

특히 국민들은 국민연금이 청와대 등 정치권이나 삼성그룹 등 재벌에 좌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문 이사장이 장관 시절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자 국민연금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는 것.

공승정씨(가명·35·충북 오창)는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 보장책이자 사회 안전망인데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나온 기사들을 보면 과연 국민을 위한 곳인지 일부 재벌의 사익을 위한 금고로 전락한 것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로 불명예 사퇴한 사람이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재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며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히지 않으면 내 돈을 국민연금에 맡기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이사장은 국민연금이 삼성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박을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대가로 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를 약속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문 이사장은 메르스 사태 이후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불과 몇 달 후 국민연금 이사장에 임명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었다.

삼성합병 당시 삼성물산 투자자였던 서일광씨(가명·41·경기 의정부)는 "당시 개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나이트클럽 세 개와 포장마차 한 개가 동급으로 취급됐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며 "이상했는데 지금 보니 삼성이 푼돈을 들여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문 이사장을 포함해 정부가 열심히 도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7월10일 열린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삼성이 제시한 합병비율 1대0.35(삼성물산 1주→제일모직 0.35주)를 받아들여 합병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당시 합병비율로 인한 손해가 예상됐지만 '합병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 주주 가치가 낮을수록 국민연금의 이익은 낮아지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높아지는 구조여서 이후 국민연금이 삼성을 '의도적'으로 도왔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박동완씨(가명·34·서울 서대문구)는 "결국 복지부 장관 때부터 최순실과 삼성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사람이 그 대가로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온 것 아니냐"라며 "수장 임명 과정부터 투명하지 않은 곳이 국민연금인데 내 노후를 믿고 맡길 수 있겠냐"며 고개를 저었다.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 앞으로 불가피하게 예상되는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나 연금 제도 개선 과정에서 국민적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어 추진에 커다란 장애를 안게 된다.

정부와 국민연금 측도 이같은 상황에 당혹해 하면서 신뢰 회복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날 "국민적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금 하고 있는 일선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소관 이사를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국민들이 국민연금 관련 업무를 처리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문 전 장관이 수의를 입고 포승줄을 한 모습을 보고 안타깝고 참담했다"며 "특검이 각종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고 사실로 확정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는 이르지만 추후 필요하다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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