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실 폐지하자" '최순실 게이트'에 힘 받을까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 2016.12.30 05:45

[the300][이주의법안-핫액트:대통령 경호실 폐지법]①위상 높이니 비선실세에 더 취약…전면 개편 부담




최순실을 중심으로 한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태로 대통령 경호 시스템 개편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보안 손님’이라는 이름으로 최 씨 등 비선 실세들이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 듯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1963년 제3공화국 출범과 함께 태동한 대통령 경호실을 폐지하자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29일 국회에 따르면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대통령 경호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통령 경호실을 폐지하고 해당 업무를 경찰청에서 담당하게 하는 ‘정부조직법’과 ‘대통령경호법’ 개정안을 지난 20일 대표발의했다.



대통령의 경호와 관련된 조직을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는 것은 권위주의적 군사정권의 산물로, 정치적 격변기에 정권 친위대 성격으로 만든 조직을 현재까지 유지한 것이 ‘비선 실세’들의 창궐에 일조했다는 게 개정안을 낸 박 의원측의 설명이다. 국가 원수를 경호하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는 대통령이라는 개인만 바라보고 견제도 없다 보니 대통령의 뜻이라면 위법도 용인하는 풍토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국가원수 경호를 경찰 조직에서 담당하고 있다. 영국은 수도경찰국 특별임무국, 프랑스는 경찰청 요인경호실, 독일은 연방수사청 경호국에서 여왕, 대통령, 총리 등의 경호를 맡는다. 미국은 우리와 비슷한 조직을 갖고 있지만 수장이 차관보급이다.



우리 청와대 경호실도 군부 정권 종식 이후 이전 정부까지는 위상이 축소되는 추세였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첫 민간인 출신 경호실장이 나왔고,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차관급 실장이 관행이 됐다. 이명박 정부 때는 출범과 함께 경호실을 경호처로 축소시켜 대통령실(비서실) 산하로 재편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들어 대통령 비서실과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하는 한편, 경호실장직도 장관급으로 다시 격상됐다. 첫 경호실장에 군 출신인 박흥렬 전 육군 참모총장이 임명돼 지금까지 변동이 없다. 경호실을 탄생시킨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 대통령이 다시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정권 초 분위기에 묻혔다.




경호실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비선실세들엔 한없이 약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청와대 정문을 지키던 101경비단 소속 경찰이 최 씨를 검문했다가 승진을 앞둔 해당 경찰의 상관들이 잇달아 좌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101경비단은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이지만 대통령경호실의 지휘·통제를 받는다.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 경호실측도 최순실, 차은택 등이 검문 검색을 받지 않고 청와대를 드나들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출석한 이영석 청와대 경호실 차장은 “보안손님에 대해선 보고를 못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고, “과거에는 (경호실이 보안손님까지 보고받았는지)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런 시스템이 아닐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부속실의 요청이 있으면 보안손님이 되게 되는데, 부속실에서는 (경호실에 보안손님의) 신원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통령경호실 대신 경찰청 소속 대통령 경호국을 신설해 대통령 등의 경호를 담당하게 하고, 업무의 총괄은 치안정감이 맡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권력이 집중된 구조를 경찰 산하 조직으로 바꿔 ‘비선 실세’에 휘둘리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다.

하지만 개정안이 국가 원수의 안위와 관련된 조직을 하루 아침에 전면 개편하는 것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박근혜 정부를 제외하면 군부 정권 이후 대통령 경호실에 대한 잡음이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은 점도 반대의 논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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