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랠리, Go or Stop?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7.01.03 06:00

[신년기획-트럼프노믹스]고성장 호언장담 '트럼프 랠리'…채권→주식 '대전환' 촉각

새해에도 트럼프 랠리가 이어질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 가운데 하나다. 시장의 공감대는 아직 뚜렷하지 않지만 기대보단 경계감이 더 큰 분위기다.

트럼프 랠리가 이미 한풀 꺾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2만선을 꿰뚫을 기세였던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끝내 2만선 진입에 실패한 게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S&P500 5%↑ '트럼프 랠리'…공포가 탐욕으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는 처음엔 글로벌 금융시장에 '재앙'으로 인식됐다. 지난해 6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을 압도하는 충격을 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미국 대선 이후 뉴욕증시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미국 증시의 랠리는 세계 금융시장에 순풍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1월8일 미국 대선 이후 연말까지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은 4.6% 올랐고 다우지수는 7.8% 뛰었다. 그 사이 S&P500, 다우, 나스닥, 러셀2000 등 4대 지수가 함께 사상 최고치 경신행진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친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가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정부가 공약대로 감세, 탈규제, 1조달러 규모의 기반시설 투자 등에 나서면 미국의 성장 속도가 빨라져 금융시장에도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3-4%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투자자들은 특히 트럼프의 성장정책이 한동안 순이익 침체로 고전한 미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부추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전망에 따라 지난해 초부터 금융시장을 장악했던 공포는 트럼프 당선 이후 탐욕으로 바뀌었다. CNN머니가 6개 투자지표를 근거로 내는 공포·탐욕지수는 지난해 초 10선에서 연말엔 한때 70-80선까지 반등했다. 0부터 100까지 매기는 이 지수는 0에 가까우면 극단적인 공포가, 100에 가까우면 극단적인 탐욕이 투자심리를 지배한다는 의미다. 지수는 미국 대선 직후에도 50을 밑돌아 시장에 공포가 가득함을 보여줬다.

◇'트럼프노믹스' 입법화 두고봐야…强달러 역풍 우려도
문제는 과도한 탐욕이 화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탐욕의 산물이다. 탐욕의 부작용은 이미 시장 지표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의 주가수준 평가 척도인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을 근거로 제시했다. 미국 증시의 경우 28.3배로 이미 장기 평균치보다 70% 높다는 지적이다. 뉴욕증시 주가에 트럼프의 친성장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과도할 정도로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친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가 깨지기 쉽다고 봤다. 그의 공약이 입법 과정을 통해 정책으로 실현되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 데 그 사이 의회에서 공약의 강도가 희석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재정지출 확대 공약은 특히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의 저항을 받기 쉽다.

인구 구조 변화와 생산성 저하 탓에 트럼프가 공언한 3-4%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게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재정부양과 통화부양을 총동원한 일본도 아직 경제적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발 달러 강세도 역풍을 예고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해 12월 1년 만에 첫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새해에 기준금리를 3번 더 인상할 수 있다고 했다. 당초 예상보다 인상 횟수가 1번 더 늘어나는 셈이다. 일각에선 실제 금리인상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 트럼프의 친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전망이지만 달러 강세는 트럼프가 강조하는 미국 제조업 부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달러 강세가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주요 산유국이 모처럼 감산에 합의하면서 최근 반등세를 뽐내는 국제 원유시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달러값 상승은 달러로 가격을 매기는 유가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채권→주식 '그레이트 로테이션' 이번엔 진짜?
트럼프 시대를 맞는 시장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또 다른 화두 중에 하나가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 이른바 '대전환'이다.

대전환은 30년 넘게 이어진 채권 강세장이 저물고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는 투자지형의 극적인 변화를 일컫는다. 대전환 전망은 FRB가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방침을 시사하며 통화긴축 의지를 내비친 2013년 이후 계속 제기됐지만 번번이 실현되지 않았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브렉시트 파장이 한창이던 지난해 7월 1.32%로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요가 급증해 국채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국채 수요가 끊이지 않았다.

기세등등했던 채권 강세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증시 호황과 FRB의 금리인상 전망이 맞물려 국채 투매가 일어났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해 말 2.44%로 미국 대선 이후 0.59%포인트 뛰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꼭 트럼프 효과가 아니라도 대전환이 일어날 공산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FRB는 물론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도 통화부양책을 축소할 태세라는 이유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앙은행의 부양책 축소 움직임, 재정부양 확대 요구, 성장정책을 앞세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맞물려 지난해 채권시장의 거품이 터졌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특히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최근 부쩍 높아진 게 채권시장이 직면한 시련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채권이 보장하는 고정수익의 명목 가치도 떨어진다. 투자매력이 약해지는 셈이다.

반면 이코노미스트는 대전환 전망이 또다시 엇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국채 금리에 연동된 시중 금리가 오르면 경제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만간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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