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아닌 숙취 푸는 '해정', 이젠 '해장'으로…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 2016.12.30 10:55

[우리말 안다리걸기]66. 해장과 숙취

편집자주 |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사진=pixabay.com
2016년 병신(丙申)년도 이제 끝자락입니다. 올해는 유독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데요. 그래도 송년모임 등 술자리가 많은 때긴 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점심시간 해장국 집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모습이 보입니다. 전날 음주로 지치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서겠죠.

'해장'은 글자 모양 때문에 지친 장기를 풀어주는 것으로 이해받기 쉬운데요. 원래 말뜻은 '숙취를 풂'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해장3 (解酲▽)'으로 나오는데요. 역삼각형은 한자의 소리가 바뀌었음을 나타냅니다. 여기서는 숙취를 뜻하는 정(酲)의 소리가 '장'으로 바뀌었다는 표시입니다.

사실 숙취를 푸는 것이나, 지친 장을 푸는 것이나 의미는 서로 통합니다. 속을 풀어준다는 뜻이 더 쉽게 와닿기도 하니 언젠가 이 뜻이 사전에 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전용 음료까지 대중화될 만큼 익숙한 말 '숙취'는 직역하자면 묵은 취기, 자고 있는 취기가 됩니다. 전날 마신 술로 인해 속이 쓰리거나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있는 것을 말하는데요. 숙박, 기숙사, 숙소 등에서 쓰이는 '숙(宿)'이 여기에도 들어 있습니다.

이밖에도 '숙'이 들어간 말들이 꽤 있습니다. 변비와 관련해 자주 쓰이는 말 '숙변'은 장 속에 묵은 변을 말하지요. 오래전부터 적대시한 상대는 '숙적',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소원은 '숙원'이라고 합니다.(숙원사업이라는 표현이 자주 쓰입니다)


다른 생물의 몸에 붙어서 영양분을 빼앗아 먹고 사는 존재는 기생 생물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영양분을 빼앗기는 쪽은 '숙주'라고 합니다. 직역한다면 '기숙하는 곳의 주인' 정도가 되겠네요.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른 때는 잘 안 쓰이다 이맘때면 많이 들리는 말 '송구영신'(한자로는 送舊迎新)은 무슨 뜻일까요?

정답은 옛것과는 '송'별하고 새것을 환'영'한다는 말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얘기입니다.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2017년 정유(丁酉)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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