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철 “‘박사모’가 부를 수 없는 노래라는 사실, 20분 연주로 알릴 것”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6.12.29 05:29

[인터뷰] ‘시나위’ 리더 신대철…31일 ‘10차 촛불집회’ '아름다운 강산'으로 대미 장식

기타리스트 신대철. /사진=임성균 기자
컨테이너로 구성된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창동61에 마련된 그의 사무실은 어지러웠다. 기타 여러 대가 바닥과 벽에 제멋대로 서 있었고 각종 우편물이 어지럽게 파편처럼 놓여있었다. 어지러운 정국의 축소판이랄까. 그는 이런 비유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갑자기 31일 무대에 서게 돼서 연습 준비하느라 이렇게 됐네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그룹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49)은 소셜테이너(사회참여 연예인)의 기수로 등장했다. 그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촛불집회 맞대응 집회에서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자, “이 곡이 어떤 곡인데 부르냐”며 “‘박사모’ 따위가 불러서는 안 된다”고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촛불집회 집행부는 나를 섭외하라. 내가 제대로 된 버전으로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31일 ‘10차 촛불집회’ 무대는 이렇게 이뤄졌다. 그는 이날 무대에 전인권과 함께 오른다. 아버지 신중현이 만들고 지금까지 국민의 기억 속에 애창곡으로 자리 잡은 이 노래를 ‘노래 이상’의 의미로 재해석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북’에도 썼지만, 박정희 정권 때 찬양가로 만들라는 제안을 거절하고 우리나라를 찬양하는 노래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 노래의 보편성을 생각하면 ‘누구나’ 부를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아무나’ 부를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박정희 정권 때 탄압받은 노래를 그의 추종세력이 버젓이 부른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죠. 그거 보고 있으려니 열 받아서….”

신대철은 “정권 찬양가였으면 ‘아름다운 조국’이라고 만들었을 것”이라며 “‘강산’이라는 의미에는 삼국시대, 조선시대 등 대한민국의 모든 역사를 아우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어서 정치적 편향이나 왜곡의 시선으로 투영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룹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은 31일 '10차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아버지 신중현의 곡 '아름다운 강산'을 전인권과 함께 20분간 연주하고 노래한다. 그는 "이 노래가 '박사모'가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의미심장한 노래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31일 무대에 할당받은 시간은 30분. 어떤 연주를 들려줄 것이냐고 물으니, 신대철은 “아무리 줄여도 ‘아름다운 강산’만 20분이 걸린다”며 “내 의도대로 편곡했지만, 어떻게 재해석하더라도 노래가 지닌 속성은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연주를 통해 이 노래가 ‘박사모’가 부르면 안 될 노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대철은 50년 인생에서 두 번의 큰 충격을 최근 2년 사이에 모두 받았다고 했다. 하나는 신해철 사망이고 다른 하나는 ‘최순실 게이트’다. 모두 그가 산 인생에서 알고 있던 ‘상식’과 전면 배치된 사건들이었다.

2년 전, 신해철 시신이 안치된 서울아산병원에서 분노 한 아름 안고 내뿜던 그의 시선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그는 허망하고 억울하게 죽은 동료 뮤지션을 위해 드러낼 수 있는 모든 독기를 온몸에 담고 있었다.

“해철이가 죽기 전에 ‘위밴드’ 수술한다고 했을 때, 제가 수술은 잘 몰라서 ‘꼭 해야 해?’라고만 물었지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거든요. 결과가 죽음으로 돌아왔으니, 못 말린 걸 엄청 후회했어요. 이번 ‘아름다운 강산’ 문제에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건 그때의 후회와 무관치 않다고 봐요.”

신대철. /사진=임성균 기자
록 기타리스트로 시작한 그가 ‘소셜테이너’가 될 때까지 의도한 건 하나도 없었다. 남들이 하라고 떠밀어서 시작한 소셜네트워크(SNS) 활동에서 짧고 강렬한 글을 쓰자, 대중도 함께 열광했을 뿐이다. 그는 “소셜테이너가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며 “다만, 내가 SNS 매체에 맞는 글을 쓰는 재능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웃었다.

2개월이 넘는 시간, 혼란 속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어떨까.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쓰던 말 중 하나가 ‘법과 원칙’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 의미가 참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죠. 법은 권력자가 개, 돼지로 보는 시민에게 지켜야 할 덕목으로, 원칙은 힘 있는 자들이 자신의 입맛대로 정하는 규칙 정도로 정의되고 있거든요. 그들에겐 우리와 전혀 다른 상식과 원칙이 적용되는 거 아닌가요? 그래서 지금 대수술이 필요한 과정인지도 모르겠어요.”

이 말을 마친 그의 눈빛이 다시 2년 전 그때로 돌아가는 듯했다. 신해철과 같은 독설을 품고 있지는 않았지만, 태도는 결코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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