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借主) 10명 중 3명은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로 나타났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자금대출도 대폭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27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6년 12월)에서 이같은 분석결과를 제시하면서, “향후 시장금리 인상으로 가계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올해 증가한 가계빚 80% 이상 30·40대 집중= 한은 가계부채 DB(데이터베이스) 분석결과 올해 1~9월 가계부채는 98조2000억원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30·40대 가계부채 증가액이 82조7000억원으로 84%를 차지했다. 소득별로는 3000만~5000만원 차주 가계부채 증가액이 55조9000억원으로 전체 57% 수준이다.
신호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이들 계층은 주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월세 등 주거비 부담으로 생활비 조달을 위해 대출을 꾸준히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30대의 경우 가계대출 잔액 43.7%가 주택매입 및 전세자금 마련 용도로 파악됐다. 여타 연령대 평균치인 33.4%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이는 30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반영한다.
가계빚은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올해 3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11.2%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3.5%의 3배가 넘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1.1%로 9개월 전보다 7.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 비중은 71.6%로 조사됐다. 상품별로 주택담보대출 62.4%, 기타대출 95.1%가 변동금리로 파악됐다. 저축은행, 보험사 등 비은행 기관까지 포함할 경우 변동금리 비중은 75%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시장금리 상승시 가장 먼저 리스크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은 ‘취약차주’가 보유한 부채규모는 78조6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6.4%로 추정된다. 취약차주란 신용등급 7~10등급 저신용자나 소득 하위 30% 저소득층 가운데 다중채무자를 의미한다.
취약차주 대출비중(금액기준)은 은행 3.7%, 비은행 10.0%로 조사됐다. 비은행권에서 특히 저축은행(32.3%), 여신전문금융회사(15.8%) 등은 취약차주 대출비중이 높아 금리상승 충격이 다른 금융기관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대출금리 상승시 가계 이자상환 부담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앞서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 1%포인트 상승시 전체 가계 이자상환 부담은 약 9조원 증가했다.
신 국장은 “미 연준 정책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며 “금리민감도가 높은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들은 향후 채무상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 중 300조5000억원은 사업자대출, 164조원은 가계대출로 집계됐다.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차주는 113만명으로 이들의 대출 규모는 390조원으로 추정됐다.
자영업자 대출 중 사업자대출은 최근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50·60대 은퇴자나 40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부동산임대업 등록이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은 담보물건이 충분치 않은 음식업종 등 영세사업자 위주로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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