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양권 '로또'는 끝났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 2016.12.28 04:33
"돈은 있으신거죠?"

최근 공인중개소를 찾아 주변 아파트 시세와 분양 일정, 가격 전망에 대해 묻자 대답 대신 질문이 돌아왔다. 이 중개소 대표는 "지금 분양시장이 예전 같지 않은데도 무턱대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어 물었다"고 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분양권 시장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강남 재건축 등 입지가 좋은 아파트는 당첨만 돼도 수천만원에서 억원 단위의 웃돈(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었다. '묻지마 청약'이 판을 친 이유다.

하지만 11·3 부동산 대책 이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서울 내에 아파트는 청약 당첨이 돼도 1년 6개월 동안은 분양권 거래가 안 된다. 강남4구는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팔 수 없다. 가수요가 빠지고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면서 웃돈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현장의 이야기다. 예전처럼 '웃돈'만 생각하고 청약에 나서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30대 초반의 한 지인 부부는 최근 마포구 A아파트에 당첨됐지만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11·3 대책으로 청약 문턱이 높아졌지만 평균 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가 높았던 단지다. 이 부부도 웃돈을 얹어 팔거나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청약 했지만 막상 계약하려니 계약금부터 만만치 않았다. 당첨된 84㎡의 분양가는 8억원대 초반. 계약금은 분양가의 10%인 8000만원대다. 계약금도 부담이지만 중도금 대출 이자와 향후 대출금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1차 계약금은 납부했는데 2차 계약금을 내지 못해 결국 불법 전매를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대로 계약을 포기하면 1차 계약금을 돌려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분양권 거래만 생각하고 뛰어든 경우다.

내년도 부동산 시장은 그 누구도 모른다. 외부 변수에 시장의 충격이 생각보다 클 수도 있고 지금처럼 조정장이 이어질 수도 있다. 분명한 건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실거주 매입이든 투자든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입지의 아파트라도 대출금 비중이 과도하게 높으면 날카로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금리 인상 등 외부변수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진 뒤에 구입 또는 청약을 고민하는 게 순서다. 예전처럼 로또를 바라고 청약에 뛰어드는 건 무모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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