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터리 리콜을 대하는 애플의 자세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 2016.12.27 03:35
"아이폰은 원래 '그렇게' 사용하는 겁니다." 팬덤이 남다른 '아이폰 마니아' 사이에서 최근 자주 들리는 얘기다. 아이폰의 전원꺼짐 현상이 '아이폰6s' 뿐 아니라 '아이폰6'와 '아이폰5', '아이폰5s' 등 복수의 모델로 이어지고 있지만 리콜 대상은 극히 일부다. 애플의 열혈팬 사이에서도 불만이 쏟아지는 이유다.

애플코리아는 아이폰의 배터리가 충분히 남아있는데도 전원이 갑자기 전원이 꺼지는 결함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없이 배터리만 교체해주고 있다. 그것도 결함이 발생한 모든 제품이 아닌 지난해 9월과 10월에 제조된 특정 일련번호 범위 내 '아이폰6s만 해당된다.

애플코리아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제조 과정에서의 결함원인이 구체적으로 뭔지, 다른 시기에 제조된 제품이나 모델에 대해 배터리 환불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명확한 설명이 없는 상태다. 배터리 교환 공지조차 영문으로 게시했다가 '꼼수'라는 지적이 쇄도하고 나서야 나흘 만에 한글로 교체했다.

배터리 교체 방침도 애플의 자발적 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소비자들이 배터리 꺼짐현상에 대해 들고 일어나자 뒤늦게 꼬리를 내린 형국이다. 중국 시장에서는 배터리 교체만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수뇌부가 직접 날아가 공식사과를 했다. 반면 한국에선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 올린 '영문' 공지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었다.


중국과 한국 시장은 시장 크기를 비교할 때 게임이 되지 않는다. 인구가 적은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 소비자 대비 홀대받는 게 비단 스마트폰시장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국내에서 애플은 그야말로 '갑'이다. 애플은 국내 이동통신사에 마케팅은 물론, 재고처리 등 각종 비용을 전가시킨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한국에서 8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추정치)을 올리고도, 고용이나 투자 등 사회적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보다못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에 뛰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서울 가로수길에 '국내 1호' 애플스토어를 오픈하기로 했다. 신제품이 출시돼도 1차 출시국에서 빠져 몇 개월 후에나 만져볼 수 있었던 한국 소비자도 이제 '1차 소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금 같은 소통 부재와 모르쇠식 사후서비스(AS)가 계속된다면 내년 국정감사에서도 애플의 해명이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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