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권 화두 중 하나였던 성과연봉제에 대해 한 은행원이 밝힌 견해다. 성과연봉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을 걱정한다.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성과연봉제 도입과 호봉제 폐지가 동의어로 간주돼 왔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현재 논의되는 성과연봉제 도입에는 오래 일하면 연봉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호봉제 축소와 개인에 대한 성과 평가 강화라는 두가지 과제가 섞여 있다.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은행의 수익성은 날로 떨어지고 있고 기술의 발달로 은행산업의 경쟁구도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은행이 더 이상 고도성장기의 호봉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호봉제 폐지 찬성이 성과연봉제 도입 찬성으로 곧바로 귀결되진 않는다. 은행이 지금처럼 대규모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아 순환보직을 시키는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성과에 따라 급여 차등을 확대하는 제도를 도입할 때 성과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은행 업무 중에는 성과 평가가 비교적 쉽고 필요한 분야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다. 성과 차등을 크게 두지 않아도 되는 업무에까지 급여 차등을 확대하다 보면 엉뚱한 경쟁심만 유발해 조직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도 금융 서비스의 성과 측정이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금융업에 대한 성과 측정이 어렵다는 노조의 주장은 선진국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물론 이미 국내 증권사, 보험사까지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만 성과 평가에 대해 비교적 공정하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은행 사측이 좀더 노력할 필요는 있다. 성과 평가가 어려운 업무에 대해서는 노조와 좀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올해 은행 공채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은행권 명예퇴직은 최근 2년간 수천명에 달한다. 1년 넘게 공회전만 하고 있는 은행권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은행 노조도 성과연봉제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호봉제 폐지 등 우선적으로 필요한 임금체계 개편에는 힘을 실어주면서 성과 평가 방법론에 대해 협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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