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랜선실세(?)의 민주주의, 정치를 부탁해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16.12.19 06:01

[the300]

고석용 머니투데이 기자
최순실게이트 국조특위 2차 청문회가 열렸던 지난 7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이용자에게 제보받은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영상에는 김 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07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최태민,최순실과의 관계를 해명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최순실과의 관계를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 전 실장은 그제서야 "죄송하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위증을 사실상 시인했다.

지난 12일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우병우GO'란 단어가 등장했다. 국조특위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채 은둔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찾겠다는 네티즌들의 움직임을, 포켓몬스터를 잡는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에 빗댄 신조어다. 네티즌들은 우 전 수석의 차종을 찾아내기도 하고 선글라스·사복을 착용했을 때의 모습을 합성해 수배전단을 만들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결국 오는 22일 5차 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국조특위 청문회 스타는 '주갤러(주식갤러리 이용자)'가 아니냐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증인을 꼼짝 못 하게 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거나, 요지부동의 증인을 청문회장으로 불러낸 데 한몫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갤러가 누구냐고? 특정 그룹이 아니다. 누구나 접속 가능한 주식갤러리 이용자들은 광화문에서 촛불을 밝히던 그들, 국민이다. 청문회 스타는 곧 '참여하는 국민'이었다.

국민을 청문회 스타로 만든 데는 새로운 민주주의 방식이 있었다. 촛불을 밝혀 대통령 탄핵 가결을 이끌어낸 국민은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았다. 정치권을 계속 감시하며 전화와 카톡으로 국회에 의견을 개진했다. 의회도 이를 무시하지 않고 정치에 반영했다. 새로운 방식의 민주주의 작동 방식이 탄생했다. 2016년 말에 등장한 이 새로운 민주주의 중심에는 '비선' 대신 '랜(LAN)선'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처음엔 이 낯선 방식의 소통에 의회와 국민 모두가 적응하지 못하기도 했다. 수백 통의 '욕설 문자'를 의견 표출의 전부로 이해하던 국민도 있었고, '착신정지'로 맞대응하면서 소통을 원천차단한 의원도 있었다. 하지만 금세 흥분을 가라앉힌 국민과 의회는 생산적인 소통 방법을 찾아냈다.

다사다난했던 정치권의 2016년은 저물어가지만 2017년의 정치 캘린더는 더욱 숨가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빨간불이 켜진 경제, 복잡해진 동북아 외교, 불안한 사회까지 어느 것 하나 정치 영역이 아닌 곳이 없다. 참여민주주의 역할도 막중하다. 랜선 실세들, 정치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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