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교사 외면받은 국정교과서, 李 부총리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6.12.19 04:50
한국사·역사 국정교과서에 대한 대국민 의견 제출 마감 시한이 이번주 금요일로 다가왔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정화를 추진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국정교과서 역시 동력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국정교과서를 '박근혜 교과서'로 지칭할 정도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부인하며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로 봐달라고 호소한다.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까운 명칭인지, 국민들은 알고있는 듯 하다. 지난해 국정화 고시 확정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교과서에 이례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얼굴이 수록됐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서술 분량이 늘어났다는 등의 사실을 구구절절 얘기하지 않아도 말이다.

노웅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웹공개 의견 검토결과'를 보면 지난 9일까지 접수된 의견 1681건 중에는 국정화를 추진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한 국민은 게시판에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우면 청소년들의 혼이 비정상이 돼 제2의 박근혜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이 교과서를 보면 그런 기운이 든다"는 의견을 남겼다. 박 대통령이 일전에 검정교과서의 편향성을 비판하며 했던 말을 거꾸로 활용한 것이다.

교사들도 국정교과서를 외면했다. 교육부는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해 477명의 선도교사에게 교과서 인쇄본을 보냈지만 교사 53명은 이를 뜯지도 않고 반송했다. 의견수렴 홈페이지의 역사교사 게시판에 올라온 글도 42건(15일 24시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숨기려고 했다. 기자가 교육부 관계자에게 교사들의 의견제출 건수를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은 "알려줄 수 없다"였다. "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입수해 기사화하겠다"고 한 후에야 이 관계자로부터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1년간 교육부는 이 같은 태도를 보여왔다. 비밀스럽게 국정화를 추진했던 것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역시 고민이 깊을 것이다. 역사교과서에 관한 '사상 검증'을 받고 임명된 그가 청와대의 뜻에 반해 국정화 철회를 발표하는 것은 곧 '사퇴'를 의미한다.

사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교과서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야당은 새누리당 도움 없이도 일명 '국정교과서 금지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결국 누가, 언제 국정화의 고리를 끊을 것인가의 문제다. 이 부총리가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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