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국 스타트업 미래, 인도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 | 2016.12.23 03:23
인도에서 사업한 지 4년, 동남아시아에서 사업한 지 10년이 넘어간다. 최근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한국 애플리케이션들이 인도에 출시된다면’이다. 이제 막 앱 문화에 눈을 떠 가는 인도인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앱들이 현지화 서비스된다면 수백만건의 다운로드는 보장된 일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스타트업은 그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냈다. 수년 전 ‘라인’,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메신저를 시작으로 현재는 ‘직방’, ‘야놀자’ 등 부동산 중개 분야, ‘렌딧’ 등 자금 중개 분야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은 사회 면면에 세밀한 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놓았으며, 이제 스타트업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앱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다. 한국은 인구 5000만명의 좁은 내수시장으로 앞으로 스타트업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경쟁 격화의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좁은 시장도 시장이지만 한국에만 머물기엔 우리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와 실력이 너무 아깝다.

애초부터 필자가 동남아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트루밸런스’ 앱이 출시 2년이 채 안 돼 인도에서 3000만 다운로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인도 스마트폰 사용인구는 3억명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앱 분석 회사 ‘앱애니’에 따르면 인도는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앱 시장이다. 앱 사용시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이라는 말이다. 중국과 미국 등 다른 해외 시장을 바라보는 기업들도 있지만, 중국은 구글도 진출하기 어려운 폐쇄적인 시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자국 기업들의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해당 국가들이 오히려 동남아 시장을 신시장으로 보고 들어오고 있다. 답은 인도다.


인도는 해외 기업이 진출하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우선 인도인들이 외국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인다. 현재 인도 상위 10개 앱 개발사 국적은 인도 3개, 미국 3개, 중국 3개, 한국 1개(트루밸런스)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상품과 서비스만 좋다면 국적은 상관없다. 빈부격차가 크긴 하지만 폭동이나 테러 등의 위협도 낮고, 치안도 매우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스타트업에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약속하며 시장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 사업자들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다.

인도에서 사업 시 어려운 점을 꼽자면 낙후된 환경과 또 거짓말을 많이 하는 문화다. 인도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듣기가 참 힘들다. 잘못했다고 하면 바로 처벌받는 카스트 계급 문화로 인해 잘못을 했을 때 솔직히 인정하기 보다는 거짓말을 통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는 문화가 팽배하다. 또 부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 꼼짝 못하는 불평등한 문화도 우리와 큰 차이점이다.

트루밸런스는 휴대전화 잔액 확인 기술이라는 어쩌면 단순한 기술로 여기까지 왔다. 수많은 한국스타트업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수준급 기술이라면 인도인들에게 매력을 끌기 충분하다. 인도에는 현재 ‘슬라이드’ 등 3~4개 국내 스타트업이 함께 하고 있다. 라인처럼 글로벌을 호령하면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짊어지고 걸어나갈 기업은 이제 중국, 미국 등 포화시장이 아닌 인도에서 나올 것이다. 이 미래를 함께 할 더 많은 스타트업이 나오길 기대한다.

베스트 클릭

  1. 1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2. 2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3. 3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4. 4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5. 5 22kg 뺀 '팜유즈' 이장우, 다이어트 비법은…"뚱보균 없애는 데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