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미스터리' 현장 가니, 함바 또 있더라

머니투데이 정선(강원)=김민중 기자 | 2016.12.20 08:30

정선알파인경기장, '함바' 지침 무시·묻지마 사업비 628억↑…실세 있나, 의혹 증폭

지난 16일 강원 정선군 정선알파인경기장 공사현장 전경. 2017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여기 함바(건설현장 식당)는 1년에 수억 원씩 벌어요. 다 힘 있는 사람들이 하고 있어요." (현장 관계자)

최근 찾아간 강원 정선군 정선알파인경기장 공사현장에는 함바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끊임없이 나돌았다. 사업 초기부터 환경파괴 논란, 임금 체불 소동 등을 빚은 정선알파인경기장 공사는 정부가 비리예방을 위해 만들어놓은 함바관리지침도 지키지 않았다.

(☞본지 11월24일 2면 보도 [단독]평창올림픽 공사장 수백억 '함바 미스터리' 참고)

발주처인 강원도청이 정해진 절차를 어기고 기획재정부의 허가 없이 사업비를 620여억원이나 올려준 곳이기도 했다. 정선알파인경기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60) 일당이 개입하려 한 올림픽플라자(개폐회식장 포함)와 함께 논란의 현장으로 떠올랐다.

◇강원도 골짜기에 식당들, 관리 사각 '사실상 함바' 성업 중

불투명한 함바 운영을 지적하는 보도가 나갔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강원도청이 지침에 따라 뒤늦게 함바 선정계획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류만 왔다갔다 했을 뿐 함바 운영자는 그대로였다.

공사장 근처를 둘러보니 '사실상 함바' 2곳도 새로 발견됐다. 허허벌판에 일반 식당의 모양새를 갖췄지만 손님이라곤 현장 근로자들이 전부였다. 외상장부를 갖춘 채 한 끼에 6000~7000원을 받고 영업 중이었다.

운영방식이 함바나 마찬가지지만 일반식당으로 분류되는 탓에 제도권의 감시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셈이다.

한 식당 관계자는 "(사업 초창기인) 2013년부터 들어와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현장 안에 있는 함바가 맛있는 걸로 소문났던데 우리 가게와 비교하면 어떤가"라고 묻기도 했다.

현지 상황에 밝은 건설업체 관계자는 "여기 함바들은 각각 1년에 최소 몇억 원씩 벌기 때문에 아무나 운영권을 가져갈 수 없다"며 "서울에서 온 외지인, 경기장 유치에 공을 세운 사람, 지역 유지 등이 운영자"라고 귀띔했다.

이어 "한 함바의 운영권을 두고 지역 주민들끼리 갈등이 일어나기도 했다"며 "강원도청은 함바 3곳(일반식당 형태 2곳 포함)에서 잡음이 안 나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강원 정선군 정선알파인경기장 공사현장의 '함바' 전경. /사진=이기범 기자

사정이 이런데도 강원도청은 "주변 식당들까지 함바로 볼 수 없어 공식적 관리대상이 아닐뿐더러 우리에게 도의적 관리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함바는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올림픽 공사가 대부분 인적이 드문 험지에서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함바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힌 현장 중 상당수도 정선알파인경기장처럼 변칙 함바를 운영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건설 총사업비(현재 13조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광역·보조 간선망 공사까지 대상에 포함한다면 비리에 무방비인 '묻지마 함바'의 규모는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현지 건설업계는 분석한다.

◇강원도청 '멋대로 사업비'…올림픽 열정인가, 말 못할 배후있나

함바뿐만 아니라 공사 전체에 들어가는 사업비 관리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착공 당시 강원도청은 기재부의 승인 없이 멋대로 사업비를 1095억원에서 628억원 올려 1723억원으로 만들었다. 현재는 2033억원까지 불어 있었다. 다만 1723억원에서 2033억원으로 올라갈 때는 기재부 승인 절차를 밟았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관리지침'을 만들어놨다. 나랏돈으로 진행되는 공사(2년 이상 공사기간, 200억원 이상 건축공사 혹은 500억원 이상 토목공사)에 재정지출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사업단계마다 공사비 변경이 있는지 살피고 협의를 거쳐 승인한다.

평창올림픽(경기장·진입도로·대회 관련시설에 한정)에서는 13개 공사가 관리 대상인데 그중 과반수(7개)가 기재부 지침을 무시하고 승인 없이 사업비를 1011억원 올렸다.

지난 16일 강원 평창군 보광스노경기장 공사현장 전경. 2017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우선 올림픽이란 지상과제에 매몰돼 비상식적 행태가 빚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올림픽 유치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도청 관계자는 "유치과정에서 돈이 적게 드는 경제올림픽을 내세우기 위해 일부러 사업비를 낮춰잡았고 이제는 유치에 성공했으니 사업비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사실이라면 정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속였거나 정부와 IOC가 물밑거래를 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관련 중앙부처 관계자는 "강원도청이 올림픽에 대단한 열정이 있다"며 "목적에 집중하다 보니 필수 절차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정부 공무원들이 일 처리에 미숙한 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면에 조직적 비리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강원도 사정에 밝은 교수 출신 건설업체 회장 A씨는 "최순실 일당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지방정부와 토호세력이 유착된 비리인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며 "하루라도 빨리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건설산업 전체를 위해서라도 전면적 실태조사를 통해 문제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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