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평창올림픽 공사, 멋대로 사업비 1000억 올려

머니투데이 평창(강원)=김민중 기자 | 2016.12.20 04:40

'최순실 그림자' 평창올림픽, 기재부도 무시한 강원도청·문체부 왜?…"문제 심각"

지난 16일 강원 평창군 보광스노경기장 공사현장 전경. 2017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평창동계올림픽 공사에서 발주처인 지방정부가 기획재정부 허가도 없이 경기장 등을 짓는 데 드는 사업비를 당초 책정된 금액보다 1000억원 넘게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혈세(血稅)가 들어가는 국가적 사업이 규정과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됐다는 얘기다. 무리한 사업 추진의 배경에 의혹이 쏠린다.

19일 강원도청과 문화체육관광부, 기재부에 따르면 공사 발주처인 강원도청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정선알파인경기장 △보광스노경기장 △강릉아이스아레나 △강릉하키센터 △관동하키센터(이상 경기장) △군도13호 △지방도408호(이상 진입도로) 등 7개 공사에 대해 기재부 승인 없이 사업비를 총 1011억원가량 올렸다.

공사별로 보면 정선알파인경기장의 사업비는 1095억원에서 착공에 들어간 2014년4월 628억원 늘어 1723억원이 됐다. 보광스노경기장에는 약 203억원이 책정됐지만 지난해 7월 착공 즈음 사업비는 무려 3배 이상 692억원으로 불어났다. 군도13호도 21억원이 증가했다.

나머지 4개 공사도 임의로 사업비를 올렸지만 경쟁입찰 과정에서 실제 금액이 줄었다.


사업비가 치솟는 동안 기재부는 관여하지 못했다. 국가재정법에 근거한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 재정이 투입되는 공사는 기재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평창올림픽에서는 예외였던 셈이다.

강원도청의 막무가내식 사업진행에 놀란 기재부는 뒤늦게 제재에 나섰다. 기재부 관계자는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고 기재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센 조치인 예산삭감을 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강원도청의 2017년 시설부대비와 문체부의 2017년 기본경비(업무추진비 포함)를 각각 7500만원씩 깎았다. 문제를 일으킨 해당 부서의 경비를 삭감하는 방식이다.


기재부는 강원도청에 담당자 징계 등 자체 제재도 요청했지만 도청은 담당 부서에 '경고' 조치만 내렸다.

실질적 징계수단이 없는 기재부는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사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공사비를 변경할 때 기재부 승인이 떨어지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진행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시스템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예산을 쥐고 있는 기재부도 무시한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배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조직적 비리 가능성이나 윗선의 외압 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미 문체부를 장악한 최순실 일당이 평창올림픽 이권에 개입하려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강원도청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도청 관계자는 "애초 필요한 금액에 비해 예산이 너무 적게 잡혔다"며 "본격적인 설계 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다 보니 공사비를 현실에 맞춰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테스트이벤트 등 행사를 치러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공사를 진행해야 했기에 기재부의 승인과정을 기다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평창올림픽 공사현장 5곳에서는 건설사업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함바'(공사현장 식당) 운영 지침을 어긴 사례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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