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10년 주기설

머니투데이 이은택 SK증권 수석연구위원 | 2016.12.16 10:10

[머니디렉터]이은택 SK증권 수석연구위원

예년 같았으면 연말 분위기로 넘쳐날 시점이다. 하지만 올해 우리 사회는 내부로는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하고, 밖으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동북아 지정학적 리크스까지 어지럽기만 하다.

이 와중에 한편에서는 ‘위기 10년 주기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 위기는 10년마다 한번씩 돌아온다는 것이다. 서점에 가도 조만간 IMF 외환위기와 비슷한 경제위기가 터질 것을 예고하는 책들이 즐비하다. 정말 그럴까?

사실 10년 주기설의 설명을 보면 이 논리가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10년 주기설에서 언급되는 시기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이다. 10년 차이는 맞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1997년은 한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만의 경제위기였다. 다른 국가들은 IT버블로 경기호황기를 즐기고 있었다. 외국인들에게 1997년 위기를 말한다면, 그때 무슨 위기가 있었냐며 반문할 것이다.

일부는 외환위기(1997년) 10년 전인 1987년 블랙먼데이를 10년 주기설에 끼워 넣기도 한다. 하지만 블랙먼데이는 순전히 미국증시에서 나타난 기술적인 매도 포지션 문제였을 뿐, 경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반대로 한국은 1987년에 아무런 위기를 겪지 않았으며, 오히려 ‘3저 호황’으로 역사상 가장 강한 증시 랠리와 경제 호황을 경험하고 있었다. 주식을 팔기는 커녕 공격적으로 모아야 맞던 시기였다.

사실 10년 주기설은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약 17년 주기로 신흥국에 경제위기가 나타나는 것은 어느 정도 말이 된다. 왜냐하면 달러의 사이클 주기가 보통 17년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러인덱스가 생긴 1970년대 이후 달러가 강세사이클에 진입했던 1981년, 1998년, 2015년엔 어김없이 신흥국의 경제위기가 발생했다. 정확하게 17년 주기이다.

그런데 2015년에 신흥국 경제위기가 있었나? 우리는 잘 모르고 넘어갔을지 모르지만, 작년에 신흥국에는 경제 위기가 있었다. 바로 브라질과 러시아 등 산유국(원자재 국가)에서 위기가 있었다.


달러강세와 유가 급락이 겹치면서 지난해 남미는 한국의 외환위기 때에 맞먹을 정도의 국내총생산(GDP)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오죽 살기 힘들었으면 브라질 국민들이 24년만에 대통령을 탄핵했겠는가?

그러고 보면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흥국 위기가 터진다고 해서 꼭 그게 한국이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는 것이다. 신흥국 위기는 각각 1981년, 1998년, 2015년에 나타났는데 모두 달러강세 시기이다.

세부적으로 1981년엔 ‘원자재 신흥국’ 위기였다. 달러강세가 유가 급락을 만들며 당시 선진국 문턱까지 진출했던 신흥강국이었던 멕시코과 브라질의 경제가 몰락했다. 반면 한국경제는 1981년에 별다른 경제위기는 없었다.

1998년은 ‘수출 신흥국’의 위기이다. 달러 강세로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자금이 유출되며 국가부도로 몰렸다. 하지만 당시 원자재 신흥국인 남미는 별다른 경제위기가 없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달러강세와 유가급락으로 남미 원자재 국가들의 경제위기가 발생했다. 반면 한국경제는 별다른 경제위기가 없었다.

이렇게 보면 10년 위기설은 틀렸거나, 아니면 이미 지나갔다고도 해석이 가능하겠다. 물론 위기가 지났다고 향후 강세 랠리 시작을 성급히 전망할 순 없다. 실제로 1981년 신흥국 위기가 극복된 이후 한국의 3저호황은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1986년에 찾아왔고 1998년 신흥국 위기 극복 이후 본격적인 랠리는 3~4년 뒤인 2003년에 시작됐다.

이런 논리로 본다면 앞으로 2~3년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두 가지다. 첫째 "10년 주기의 폭락장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와 둘째 "너무 비관적인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이다

내년은 코스피가 2000포인트에 처음 도달한지 10년되는 해다. 상승 랠리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2~3년이 더 걸릴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확실이 좀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어둡기만 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말자. 기회는 순식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가버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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