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부진한데 월세만 오르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크게 가중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머니투데이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매물로 등록된 상가의 임대료 추이를 분석한 결과, 올 3분기 기준 3.3㎡당 평균 임대료는 11만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100원과 비교해 연간 상승률이 23.08%에 육박했다.
이는 2013년 3분기 이후 3년간 31.76% 상승한 데 비해 눈에 띄게 높은 수준이다. 최근 1년간 상가 임대료가 유난히 단기 급등했다는 의미다. 서울의 상가 임대료는 올 2분기 처음으로 3.3㎡당 10만원을 넘어섰고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1~2%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기침체에도 임대료가 단기 급등한 원인은 소위 '뜨는 상권'과 '지는 상권'이 철저히 구분되는 '상권 양극화'가 빠르게 진행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임대료가 장사 잘 되는 지역은 단기에 껑충 뛰고 안되는 지역은 장기에 걸쳐 서서히 내려가는 양상"이라며 "젠트리피케이션 속도가 빨라지고 상권이 양극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최근 3년여간 저금리 기조에 수익형 부동산 중에서도 상가 투자 '붐'이 일면서 매매가가 치솟은 영향이 임대료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리맥스코리아의 장진택 이사는 "최근 몇년간 서울에서 1억~10억원대 상가 투자가 봇물을 이루면서 매매가는 급등한 반면 수익률은 7~8%에서 4~5%로 떨어졌다"며 "임대인이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상권이 뜨면 임대료를 확 올리고 침체되면 덜 내리려고 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영세 자영업자들은 경기불황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와중에 높은 임대료 부담까지 짊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상권 양극화에 따른 임대료 변동 격차도 두드러진다. 3분기 현재 3.3㎡당 임대료가 가장 높은 자치구는 중구(15만6400원)로 올 들어 강남구(14만600원) 수준을 뛰어넘었다.
명동·남대문 등 상권을 품고 있는 중구는 최근 3년간 임대료 상승률이 64.01%로 특히 최근 1년간에만 51.92% 치솟았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낙후지역 개발 효과로 추정된다. 3.3㎡당 임대료가 12만4400원에 이르는 영등포구도 최근 3년간 44.44% 상승했고 특히 최근 1년간 39.11% 크게 올랐다.
이밖에 △송파구(24.79%) △서대문구(21.59%) △도봉구(19.07%) △서초구(17.67%) 등이 최근 1년간 두 자릿수의 임대료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임대료가 하락한 곳은 △강북구(-8.42%) △은평구(-5.24%) △중랑구(-3.75%) △종로구(-2.87%) △금천구(-0.55%) 5곳에 불과했고 내림폭도 한 자릿수에 그쳤다.
최근 3년간 임대료가 급등한 자치구는 △중구(64.01%) △영등포구(44.44%) △관악구(32.11%) △마포구(29.56%) △강남구(27.54%) 순으로 관악구를 제외하고 모두 3.3㎡당 임대료가 1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장 이사는 "부동산 속성상 한 번 오른 임대료는 쉽게 내리지 않고 내려도 소폭에 그칠 것"이라며 "임대료가 경기상황이나 매출 변동과 무관하게 계속 오르면 상인들의 고통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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