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가 포퓰리즘?…"브렉시트·트럼프와는 다른 현상"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 2016.12.17 10:20

[이슈더이슈(2)]일부 외신, 포퓰리즘 성격으로 규정…포스트 탄핵 정국선 포퓰리즘 경계해야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정권 퇴진 제7차 민중총궐기대회'. / 사진=뉴스1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되면서 두달 가까이 광장으로 나온 시민들의 바람이 이뤄졌다. 일곱 차례의 촛불집회에 참석한 750만명(주최측 추산) 이 넘는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자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일부 외신들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한국의 촛불집회를 일종의 '포퓰리즘'으로 묘사하는 보도가 종종 눈에 띈다. 영국이 EU(유럽연합)를 탈퇴하는 국민투표에서 탈퇴찬성을 선택한 '브렉시트',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치 못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처럼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이 분위기를 틈타 국내에서도 포퓰리즘이라고 촛불집회를 규정하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존의 '포퓰리즘'과 현재 촛불집회의 성격은 확연히 구분된다고 설명한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이나 브렉시트 등도 그 사회의 상황과 문화, 역사의 흐름에서 볼 때 각기 다른 사회현상을 의미한다"며 "예상과 다른 이변이 일어났다고 혹은 다수의 사람들이 '분노'해 새로운 결과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같은 현상으로 묶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포퓰리즘에 대한 정의는 광범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정치학계에선 지배권력과 일반 시민들을 동등한 선에서 놓고 정치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라고 정의한다. 포퓰리즘의 어원인 '포풀루스(populus)'가 '인민'이나 '대중'을 뜻하는 만큼 포퓰리즘은 말 그대로 대중에 의한 정치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인종에 대한 적대적 정책, 정부의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복지정책 등을 통해 대중을 선동해 정치 구조를 바꾸는 현상을 포퓰리즘으로 일컫기도 한다. 대중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타의적 참여를 통해 특정 정치집단이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무분별한 복지정책'과 '달성하기 어려운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해 표를 얻는 경우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써왔다. 그런 의미에서 최순실의 박근혜 정부 국정개입이 공개된 이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들고 나선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이번 같은 경우는 촛불 들고 나온 시민들이 다들 자신들의 분명한 정치 판단을 하고 동일한 목표를 위해 행동을 한 것이기 때문에 포퓰리즘과 관계가 없다"며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이 끌고 간 게 아니라 시민들이 제도권의 정치세력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해 이변을 만들어 낸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당선은 기성 정치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실망감과 좌절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트럼프의 정책이나 공약이 비현실적이지만 지지했던 이유도 현 제도나 시스템으로는 자신의 삶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분노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브렉시트 또한 2000년대 후반부터 유럽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중산계급이 붕괴했고 이런 상황 속에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나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비해 촛불집회는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고 시민들이 각각의 이해관계를 떠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판단하에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유 평론가는 "대통령이 법을 어겼고 자신이 위임하지 않은 사람이 권력을 사유화했다는 이유로 정권퇴진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며 "단순히 분노로 기득권을 끌어내리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탄핵 정국 이후에는 '진짜' 포퓰리즘이 등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이 나뉘면서 혼란한 상황을 틈타 정치세력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국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정치 프레임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소득의 많고 적음을 떠나 시민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지만 다가올 대선에서는 제도 정치권에서 의도적인 '편 가르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탄핵 소추안 통과 이후 촛불집회에서는 다양한 구호가 나오고 있다"며 "시민사회가 원하는 목소리를 정치제도권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앞으로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2. 2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3. 3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4. 4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5. 5 "파리 반값, 화장품 너무 싸"…중국인 북적대던 명동, 확 달라졌다[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