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불확실성의 시대…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6.12.12 11:11
"기업 총수가 청문회나 검찰 조사에 불려다닌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면 그게 정상입니까?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기업 총수들이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와 국회 최순실 청문회, 특별검사 조사 등에 불려다니면서 내년 투자나 고용 등 사업계획 수립과 인사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말에 '우는 소리 말라'며 나온 힐난의 목소리들이다.

정상적인 시스템이라면 리더가 자리를 비우더라도 아무 문제없이 굴러 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일부 총수들이 수감 중일 때도 그 그룹은 잘 돌아갔다며 '총수 부재 리스크'를 엄살로 치부한다.

역설적으로 이들의 주장처럼 리더의 역할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 그리고 시스템만 잘 갖춰져 있으면 조직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국민들은 최근 시민혁명 수준의 힘을 광화문 길에 쏟아붓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리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우쳐주는 대표적 사례다. 배에는 선장 외에도 1등 항해사와 기관사 등 배의 안정적인 운항을 위해 각 자리에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항해사와 기관사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제대로 된 선장이 없다면 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게 됐다.

리더의 역량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 조직의 성공이나 실패에 있어서 리더의 역량이 9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선출됐다고 했을 때 전세계가 우려를 갖는 것도 세계를 주름잡는 패권국의 리더가 전세계를 어떻게 흔들어 놓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특히 기업에서는 리더의 부재나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장애 요인이며, 그 불확실성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위험성의 정도도 심화된다. 호재이든 악재이든 그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미래가 예측 가능한 상태로 확정되는 것이 기업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따라 기업 총수들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정확히 따지되, 정치적 시계에 맞추거나, 정략적 시나리오에 기업의 시계를 꿰맞춰서는 안된다.

기업에 있어서는 의사결정 속도, 즉 시간은 절대적인 가치다. 한시라도 삐끗하면 글로벌 일류기업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게 기업 환경이다. 정치의 시계보다 기업의 시계는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우리 정치의 시계가 국내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기업의 시계는 전세계를 상대로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주인공 쿠퍼가 밀러 행성에서 3시간가량 체류하는 동안 지구의 시간은 21년 가량 흐르는 대목이 있다. 상대성 이론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누구에게의 1시간은 다른 사람에게는 7년과 맞먹는 시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지구상에서 시간은 그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의 시간은 상대적이다. 기업 총수들의 1시간이 미치는 영향력이 그 기업 사원이 미치는 1시간과는 다른 것은 틀림없다. 기업 총수의 임무는 그 기업이 잘되도록 해 주주와 종업원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수 부재의 불확실성의 제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특검의 조사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판결이든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과 정국의 불안정으로 지연되는 시간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적 안정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산업1부 재계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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