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틱, 택, 톡] 청문회 정국 '공감 장애'의 비극

스타뉴스 김재동 기자 | 2016.12.10 09:09
휴가중이다. 휴가를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와 함께 보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참 대단한 사람들이 뜻밖에 참 허술함을 알았다. 얼굴 보기 힘들다는 재벌회장님들, 수십년 권력의 중추를 지켰던 왕비서실장, 체육계 황태자로 불린 전 차관 등등.. 한나라를 뒤흔든 게이트의 당사자나 주변인들의 모습이 너무 허접해 보여 그에 조차 자존심이 상하고만다. 저런 이들에게 휘둘린 나라고 그 나라의 국민이란 말이지..

물론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헌정사상 첫 국회 청문회였던 1988년 5공청문회와 1997년의 한보청문회를 통해 학습된바 있는 체험이다. 당시에도 이 나라의 지도급 인사들은 기억장애가 있었고 아니면 뻔뻔했다. 수백만 촛불이 타오른 이번 최순실 청문회에서도 그들은 여전했다. 청문회의 증인들은 여전히 그 무수한 촛불의 염원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지도층에겐 ‘공감능력 부재’란 DNA가 전승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공감을 뜻하는 영어 ‘sympathy’는 '함께 느끼고, 함께 아파한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슌파티아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인간 사이의 동류의식, 타인의 정신이나 감정을 '함께' 느끼면서 경험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도덕감정론』에서 이 ‘sympathy’를 도덕철학적, 정치철학적으로 개념정리하면서 ‘타인의 아픔을 똑같이 아파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타인이 어떤 상황하에서 안고 있는 생각을 상징상의 입장교환을 통하여 뒤따르는 것’이라 말했다.

서양철학속 ‘sympathy’는 공자의 ‘인(仁)’사상과 궤를 같이한다. 사람 둘이 만난 글자가 ‘어질다’는 의미를 갖기위해선 공감이 전제될 수밖에 없다. 논어속에서 공자는 안연(顔淵)이 인에 대해 물었을 때 "스스로에게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극기복례 克己復禮)"을 인이라고 대답했다. 즉 사심을 극복하여 예를 지키는 것이 인이라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나 공자나 말하는 것이 같다. 남의 아픔을 똑같이 느낄 순 없다. 하지만 그의 처지를 이해하고 내 사사로운 마음을 접고 그를 위해 예를 지키는 것이 ‘仁’이고 ‘sympathy’란 말이다.

300여 어린 목숨들이 차디찬 바닷속으로 스러지는 순간 한시간여 올림머리 치장을 했다면 그 팩트 어디에서 ‘공감’의 흔적을 찾을 수 있나? 나라의 구석구석마다 빼놓지않고 정상의 비정상화를 완수해놓았으니 당장 물러나라는 촛불들의 외침에도 ‘헌재과정을 담담히 지켜보겠다’고 한다. 그 태도 어디에 ‘공감의 흔적’이 있나?


게이트의 주인공마저 그러고있는 판에 청문회 주인공들에게 국민감정에 공감해주길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지는 모른다. 1997년 한보청문회 당시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 백상창 연세대교수는 증인들의 모르쇠행태에 대해 모든 것을 털어놓을 경우 송두리째 잃게 된다는 강박관념과 불신증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불신하는 이는 공감하기 힘들다..

몽테뉴가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거칠고 어려운 직업은 왕답게 왕노릇을 하는 일이다. 나는 생각만해도 두려워지는 그 직책의 무게를 고려해서 세상사람들이 하는 것 보다도 더 그들의 잘못을 용서해 주고 싶다. 그렇게도 큰 권력을 가지면 절도를 지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몽테뉴와 같은 공감을 통해 용서를 해주고 싶었던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정작 그 당사자들의 공감장애가 하루하루 그들을 이해하고 용서해주고픈 국민들의 공감으로부터 그들을 떼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몽테뉴는 또 말했다. “본성과 지체에 맞게 서있는 모든 것은 정당하고 편안하다”고. 있을 자리가 아닌데 있는 모양새가 얼마나 부당하고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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