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로수길' 젊고 붐비는 골목의 역설…"개성 유지됐으면"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6.12.10 04:45

[부동산'후']뜨는 골목된 후 2~3년새 권리금 2배 급등…젠트리피케이션 우려에 관악구 예방책 모색中

서울 관악구 지하철 '서울대입구역' 인근 '샤로수길'에 아기자기한 상가들이 입점해 있는 전경.
"학교 때 자주 갔는데 낡은 가게들과 모텔들이 점령한 칙칙한 골목이었죠. 많이 변했다길래 퇴근하고 들렀더니 아늑하고 아기자기한 게 깜짝 놀랐어요."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다 보면 위트 있고 소박한 '샤로수길(관악로14길)'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신사동 '가로수길'도 아니고 가로수길에서 파생된 '세로수길'도 아닌, 샤로수길은 서울대 졸업생들에게도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소위 '뜨는 골목'이 됐다.

8일 한낮에 찾은 샤로수길은 낡은 건물에 오래된 간판, 몇몇 싸고 맛있는 식당들 때문에 찾던 그저그런 골목이 맛있는 음식과 개성 있는 분위기를 찾아 몰려드는 젊은이들로 생기가 돌고 있었다.

◇특색 없는 거리가 미식의 '성지'로…밤이면 '불야성'

지하철 서울대입구역에서 2번출구로 나와 걷다보면 '샤로수길' 안내판이 보인다.
대부분의 뜨는 거리가 그렇듯 이곳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대 학생들과 가까이 사는 직장인 정도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곳에 불과했다.

지하철역이 지척에 있는 역세권이지만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유동인구 자체가 많은 편도 아니었고 마땅히 달라질 것도, 개발 호재가 있는 곳도 아니었다.

하지만 입지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젊은 사장님'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으면서 입소문을 탔고 골목은 순식간에 알록달록한 가게들로 채워졌다.

특히 샤로수길은 위트 있는 이름 만큼이나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파는 식당들로 가득하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젊은층을 위한 저렴한 펍, 와인바에서부터 프랑스, 태국, 이탈리아, 멕시코 등의 이국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고 현지에서 맛본 음식을 다시 경험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독특한 인테리어와 콘셉트의 식당들이 모여 있는 골목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화제가 됐다.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에는 오래된 건물이나 다세대 주택을 개성 있게 개조한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호주여행 중 수제버거의 매력에 빠진 청년이 현지에서 직접 배워와 차렸다는 '저니(Journey)', 아늑한 분위기에서 저렴한 값에 스페인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모즈', 제주 고기국수를 파는 '제주상회', 일본 가정식을 파는 '키요이', 프랑스 가정식집 '아멜리에' 등은 이미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저녁이면 붉은 벽돌집과 다세대 주택 등을 개조해 문을 연 골목 안 술집들도 일제히 불을 밝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주말엔 웬만한 가게들이 줄을 선 젊은이들로 북적댄다는 게 인근 부동산의 설명이다.

◇'뜨는 골목'에 임대료 인상은 숙명?…권리금 2배 껑충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몰려든 청년들에게 샤로수길은 '기회'와도 같았다. 역세권에 가깝고 1인 가구 등 젊은층이 비교적 많이 사는 동네인데다 권리금이 없는 상가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동인구가 늘고 상권이 갖춰지면 임대 비용도 자연히 상승할 수밖에 없는 것. 최근에는 샤로수길 골목골목까지 가게를 열겠다는 임대 문의가 넘쳐나면서 임대료는 물론 권리금이 급등하는 추세다.

대부분 전용면적 23~27㎡의 소규모 상가로만 구성된 골목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진출하기엔 협소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임대료가 최근 월 100만~200만원까지 상승했다. 2~3년전까지만 해도 권리금이 없는 상가도 많았지만 이제는 권리금이 최소 5000만원에서 1억원 안팎에 육박한다.

서울대입구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평수가 작은 가게들만 있는 골목인데 요즘 한창 인기를 끌다 보니 권리금이 2~3년새 2배 이상 뛰었다"며 "가게 한다고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대기자가 줄을 섰다"고 혀를 내둘렀다.

건물주들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매물을 모두 거둬들였다. 시세를 막론하고 매물이 아예 없다 보니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도 높다.

◇뜨자마자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관악구 "예방책 마련"

서울 관악구 샤로수길에 자리잡은 작고 개성 있는 상가들. 대부분이 33㎡ 이하 소규모다.
매물이 적고 유동인구가 점차 늘면서 샤로수길 상권이 주변 골목으로 확장, 주택을 개조하거나 인테리어 공사 중인 곳들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젊은 상인들은 이제 막 상권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임대료나 보증금이 치솟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감지됐다. 건물주가 매물을 내놓지 않아 전면 철거 후 새로 짓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점을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기기도 했다.

젊은층이 즐겨 찾는 거리에서 일본인·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드는 거리로 발전할수록 영세 상인은 내쫓기고 대형 의류, 화장품 매장만 살아남는 사례가 많았던 때문에 관광지가 몰린 도심과 떨어져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샤로수길 초입해서 가게를 운영하는 20대 A씨는 "이쪽 가게들이 대부분 10평 이내 작은 면적에서 장사하기 때문에 대형 커피숍이나 프랜차이즈 식당이 들어설 것 같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며 "홍대나 가로수길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동네 분위기가 잘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악구도 샤로수길 등 주요 상권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예방을 위해 대책을 강구 중이다. 우선 임대료와 권리금 실태 등을 조사해 추이를 파악하고 건물주와 임차인, 구청 간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관악구 관계자는 "내년에 젠트리피케이션 예방 관련 사업계획을 짜고 있고 현재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샤로수길은 상인회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차인, 건물주 간 상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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