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 떠나보내고 단팥빵으로 오른 경북 상주 '기부왕'

머니투데이 상주(경북)=강기준 기자 | 2016.12.09 05:24

[2016 당당한 부자]<7-1>박동기 효성상회 대표

박동기 효성상회 대표. /사진제공=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저는 부자라고 하기 부끄럽습니다. 수백억, 수천억원의 자산가도 많은데요. 저는 다만 제가 가진 것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주변과 자식들에까지 기부의 정신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지난 6일 경북 상주에서 만난 박동기 효성상회 대표(58)는 수줍고 겸손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젊은 시절은 빚에 시달렸고 제과·제빵재료 유통사업을 시작한 이후로는 뒤돌아볼 여유 한 번 없이 열심히 살아온 평범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던 그에게 지난해 겨울 큰아들의 갑작스런 사고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를 계기로 남을 위해 기부하는 의미를 깨닫게 됐다.

◇큰아들의 교통사고...'노잣돈' 챙겨주잔 마음이 기부의 시작=박 대표는 평소 자식들에게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쉽지 않겠지만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

그의 큰아들은 군대를 다녀온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몇 번 낙방을 거듭하면서 합격 소식은 요원했다. 그런 아들에게 박 대표는 자기 밑에서 사업을 배우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부자가 함께 일을 시작한 건 지난해 1월. 박 대표는 지난 18여년간 혼자 꾸려왔던 사업을 아들과 같이 하자 더욱 힘이 났다. 박 대표와 아들은 제과·제빵재료를 전국 각지로 직접 배송하는 일을 했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26세던 큰아들은 트럭을 몰고 배송을 갔다 가족 품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대구에 배송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오전 6시가 넘은 시점, 겨울로 접어들어 바로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깜깜한 시간이었다. 큰아들은 앞에 가던 트랙터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충돌했다.

아들을 먼저 보낸 박 대표는 큰 충격을 받아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배송을 담당할 직원 5명을 뽑았다. 그는 지금도 장거리 운전을 못한다. 자꾸 사고 생각이 머리를 스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간간이 시내를 왔다갔다 할 때만 운전대를 잡을 뿐이다.

"돈은 사람 사는데 있어야 하는 것, 필요하니까 많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죽어서도 돈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돈을 보내주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사회에 기부하자고 결심했습니다."

박 대표는 그렇게 아들의 '노잣돈'을 챙겨주려는 마음에서 기부에 나섰다. 지난 5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에 1000만원을 기부했고 이달초 다시 1000만원을 내놓았다. 박 대표는 앞으로 4년간 매년 2000만원, 총 1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박동기 효성상회 대표. /사진제공=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가족들 몰래 기부 결심…친구에게도 기부하라 틈만 나면 설득=박 대표는 지난 5월 1억원 이상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경북 상주 1호로 가입했다. 5년간 총 1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기 때문이다. 약정한 금액을 채워도 기부는 계속할 생각이다. 그리고 현재 사업을 돕는 둘째딸, 막내아들에게도 기부의 대(代)를 이어줄 생각이다.

"앞으로 10년은 더 일하려고 합니다. 그 다음엔 자식들에게 가업을 물려줘 '100년 가업'으로 이어지고 기부도 쭉 이어지도록 해야죠."


그는 가족들과 의논하지 않고 기부부터 했다. 1억원이 적은 돈도 아닌데 가족들이 반대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그가 후에 기부 사실을 알리자 가족들은 미리 의논하지 않은 데 대해 서운해했지만 그의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

박 대표는 '아너소사이어티' 상주 1호 가입에 그치지 않고 2호, 3호 가입자도 직접 나서 만들 계획이다. 그는 인근에서 양봉원을 운영하는 친구에게도 '아너소사이어티'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 그가 기부를 결심하고 제일 먼저 기부 사실을 알린 것도 그 친구였다.

"뭐 대단한 거라고 주변에 기부했다고 알리나요. 그냥 가까운 친구에게 기부 사실을 알리고 기부에 동참해달라고 말만 했죠. 이 사람도 평소 연말 모금할 때마다 100만원 정도 꾸준히 기부하고 연간 1000만원 기부한 적도 있고요. 조만간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 대표는 자기 사업을 하고 남는 시간에 친구의 양봉원을 찾아가 벌통 짜는 일을 도와준다. 벌통 재료는 중국에서 수입하고 조립은 직접해야 한다. 그는 "오늘도 오전에 양봉원에 들려서 벌통 53개를 짰다"며 "벌통을 짜주면 돈을 좀 주는데 그 돈은 모두 기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벌통 한 개를 짜고 받는 돈은 1500원. 틈틈이 일을 도와 올해 총 1만3000여개의 벌통을 조립했다. 그렇게 받은 돈 2000여만원도 모두 기부할 계획이다.

효성상회가 납품하는 빵장수단팥빵 제품 모습. /사진=강기준 기자.
◇'빵장수단팥빵' 도우며 사업 '대박'…'세상에 공짜 없다'는 마음=박 대표가 운영하는 효성상회는 '빵장수단팥빵'이라는 전국적인 빵집에 재료를 공급한다. 빵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는 물론 포장지와 박스까지 총 80가지나 된다.

'빵장수단팥빵'을 운영하는 박기태 셰프가 어려울 때 도와준 것이 인연이 됐다. 박 대표는 박 셰프가 운영하던 업체가 부도나고 한 식품회사 기술·영업팀에 들어갔을 때 거래처로 만났다. 이후 박 셰프가 '빵장수단팥빵'을 창업할 때 재료 공급 등으로 도움을 줬다. '빵장수단팥빵'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대구를 대표하는 빵집으로 유명해졌고 지금은 국내외 50여개로 지점이 늘었다. 자연스레 효성상회도 대박이 났다.

'빵장수단팥빵'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착한가게'에 가입돼 있다.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매월 3만원 이상 정기 기부하는 업소에 '착한가게' 인증을 해주는 기부 캠페인이다. '빵장수단팥빵'은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매달 50만원을 기부한다. 당일 만들어 팔고 남은 빵은 전량 인근 복지시설에 기부한다. 박 대표는 박 셰프에게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늘 강조한다. "내가 먼저 해주고 바라야죠. 맛있는 빵을 만들어 번 수익만큼 사회에 기부를 해야 사람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지 않겠습니까."

사업은 대박났지만 박 대표는 흔한 해외여행 한 번 가족들과 다녀온 적이 없다. 기부를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으면서 그는 가족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은퇴 후 계획 같은 것은 여태껏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큰아들까지 다섯식구 모두 있을 때는 여건이 안돼 해외여행 같은 건 꿈도 못 꿨는데 조만간 가족끼리 여행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조국 "이재명과 연태고량주 마셨다"…고가 술 논란에 직접 해명
  4. 4 "거긴 아무도 안 사는데요?"…방치한 시골 주택 탓에 2억 '세금폭탄'[TheTax]
  5. 5 남친이 머리채 잡고 때리자…"너도 아파봐" 흉기로 반격한 여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