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절대다수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중됐지만, 여타 그룹 총수들도 논란이 된 현안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일반적인 경제 및 문화산업 육성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을 뿐 개별 기업의 민원과 관련된 얘기는 없었다고 관련 의혹을 대부분 부인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비선 실세 최 씨가 실질 소유하고 있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60억여 원 어치의 광고를 맡긴 것과 관련, "광고 대해서 내가 직접 관련도 없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회사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중간에서 보고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현대차는 정 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 후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플레이그라운드의 설명자료를 전달받은 뒤 일감을 몰아줬다.
최 씨의 지인 회사인 KD코퍼레이션으로부터 10억여 원 상당의 부품을 납품받는 것과 관련, 박 대통령과 정 회장 독대 자리에서 안 전 수석이 관련 업체에 대한 지원을 청탁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정 회장과 임석한 최찬묵 변호사는 "면담 말미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이 면세점 특허와 '형제의 난' 수사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전혀 관계가 없다"며 "(박 대통령과의 독대에서도) 거론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롯데는 75억 원을 추가 출연했다 지난 6월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을 앞두고 이를 돌려받았다. 대가성 출연 여부에 대해 신 회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8억3000만 원 짜리 네덜란드산 말 두 필을 구입해 최 씨의 딸 정유라에게 상납했다"는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의 의혹 제기에 "정유라가 금메달을 딴 것은 알지만, 그 말을 탄 것은 모르고 있다"고 답변했다.
장 의원은 "2014년 11월에는 한화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하면서 방산, 화학업계의 독보적 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한국의 대기업이 망나니 같은 정 씨에게 말을 주고 이렇게 부도덕한 짓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화그룹은 즉각 입장자료를 내 "한화갤러리아가 2014년 구입한 말은 '파이널리'라는 1필이고 정유라가 탄 말은 로얄 레드"라며 "말을 정 씨에게 줬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 원을 요구받은 것과 관련, "펜싱과 테니스 등의 종목에 대한 육성을 필요로 한다는 명목으로 요구받았다"며 "당시 왔던 계획과 제안 등이 상당히 부실했고 또 돈을 전해달라는 방법도 부적절했다고 들어서 (거절했다)"고 답했다.
'재단 출연이 본인의 사면 등 대가성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가성을 갖고 출연한 것은 아니고 제 결정도 아니었다"며 "기업별로 할당을 받아서 그 할당받은 액수만큼 낸 것"이라고 부인했다.
구본무 LG 회장은 '두 재단에 대한 출연이 각종 인·허가나 세무조사 등의 불이익을 우려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물음에 "한류나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정부가 뭔가 추진하는 데 민간 차원에서 협조를 바라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박 대통령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손 회장은 조원동 전 경제수석을 전화통화 전 만났고, 조 전 수석이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한다고 (박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의아해 반문했으나 이유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특정기업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군부 시절에 그런 경우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손 회장은 또 최 씨 측근 차은택 감독이 그룹 내 창조혁신센터장 자리를 요구한 것에 대해 "실무진에게 들었지만, 우리 직원이 그건 불가능하다고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위원장 사퇴에 대해 "임명권자 뜻으로 생각하고 물러났다"며 "(최순실의 압력은) 들은 적이 없고 업무에 여러가지로 지쳐서 사의를 인정했다"고 답했다. 조 회장이 사퇴 압력 의혹 보도에 대해 "도의 90%가 사실"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조 회장은 또 안 전 수석으로부터 최 씨 측근 고영태 친척에 대한 인사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해당 인사가 사내 성추행에 연루돼 퇴사할 당시 안 전 수석의 구명 요청에 대해서도 인정했지만, "회사 규정에 의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고 실제 그렇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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