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보는 더캐피탈 스타일…85년 명가의 비결

머니투데이 로스앤젤레스(미국)=최석환 기자 | 2016.12.05 10:31

[대한민국 이끌 4300조 성장판 잡아라]<2-2>M&A로 진화하다-'캐피탈'의 길

편집자주 | 국내 자산운용업이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금융산업 내 유일한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연금자산 증가와 상대적으로 낮은 가계금융자산 비중 등을 감안하면 매년 10%씩 성장하면서 2030년엔 4300조원까지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미래 자산운용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생존을 건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선 치열하게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의 성장 유전자(DNA)가 중요한 이유다.

'광고를 하지 않고, 스타 펀드매니저가 없으며, 장기투자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회사'

전 세계적으로 1조4000억달러(한화 약 1640조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는 미국의 초대형운용사인 캐피탈그룹을 수식하는 말이다. 2009년 글로벌 자산운용사 1위로 등극한 '블랙록'이 월스트리트의 떠오르는 신예였다면 1931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설립된 '캐피탈'은 85년 역사를 가진 전통의 명가로 평가받고 있다.

쇼 와그너 캐피탈그룹 회장
캐피탈그룹에서 미국 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쇼 와그너 회장(사진)이 최근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모든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경험이 풍부한 투자전문가 집단"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배경이기도 하다.

캐피탈그룹이 현재와 같은 위상을 유지하게 된 근간엔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대표적인 게 카드회사로 유명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펀드운용사(아멕스 펀드)를 인수한 것이다. 1974년 유동성이 낮은 사모증권과 급등주에 투자한 이 펀드가 시장의 난조로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캐피탈그룹은 스탠포드대학교 기금을 포함해 7억달러 운용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이 회사를 단돈 1달러에 인수했다. 특히 펀드판매사인 'AFD(American Funds Distributors)'의 인수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펀드 판매 채널이 절실하던 캐피탈은 AFD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판매와 운용 분야에서 모두 강점을 지닌 운용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 1960년대부터 본격화한 해외투자 사업이 본궤도 오르면서 캐피탈그룹은 일찌감치 세계 최대운용사 자리에 올랐으며 최근에도 운용자금 규모로 글로벌 7위권 안팎을 지켜내고 있다.

와그너 회장은 "캐피탈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7600명의 종업원과 5000만 주주로 구성돼있다"며 "해외시장에 진입할 땐 심사숙고를 거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며 판매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시장을 잘 아는 현지 사업자와 협력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삼성그룹과 일본의 미즈호그룹 등을 그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다른 운용사와 차별화된 '더 캐피탈 시스템'을 강조했다. 대중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유명한 매니저를 키우기보다 안정적인 장기 운용체계를 만들어 10년 실적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목적을 둔 시스템이다. 와그너 회장도 "투자전략과 종목을 고를 때 명확한 투자목적을 명시하고 최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을 꾸리는 것을 가장 먼저 실행한다"며 "결과적으로 운용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에 대한 확신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다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험 많은 매니저들이 투자목적을 일관되게 가져가는 게 중요하고 이런 결정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된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캐피탈그룹의 성장전략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캐피탈그룹의 자산운용 자회사인 아메리칸 펀드 상품관리 책임자인 윌리엄 앤더슨 부사장은 "당분간 M&A보단 고객서비스 향상에 주력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커지고 있는 연금시장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메리칸 펀드는 투자자의 은퇴시점을 타깃데이트(Target Date)로 상정해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 자산배분 프로그램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주는 TDF 펀드를 미국 내에서 1000조원 이상 판매했다. 올해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한국형 TDF 펀드도 이 상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선보인 것이다.

앤더슨 부사장은 "TDF 펀드의 성공은 미국 정부의 디폴트 옵션 제도(연금자동가입제도)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연금 시장은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위해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내놓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와그너 회장도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인구통계학적인 변화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연금 투자에 집중하게 할 것"이라며 "이같은 사회적 변화는 단기투자에서 장기투자로 관점을 전환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와그너 회장은 마지막으로 글로벌 운용사로 도약을 꿈꾸는 한국 운용사들에 대해 "한국과 같이 디지털 사회가 보편화된 곳을 보면 소셜미디어 등 다양화된 디지털 채널들이 투자자들에게 다가가는 주요한 창구가 될 것"이라며 "시장을 성숙하게 만드는 열쇠인 투자자 교육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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