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타오른 촛불, '집회'라 쓰고 '축제'라 읽는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16.12.03 20:39

격렬한 분노→즐거운 축제 '승화'…풍자 한층 과감, '광화문역=박근혜 퇴진역' 내걸려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12.3/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벌써 여섯 번째 주말이다. "시간 가면 한풀 꺾이겠지", "바람불면 꺼지겠지"라던 일각의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촛불은 꺾이지도 꺼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쏟아진 시민들은 서울에만 150만명 이상이 모여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여전히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격렬한 분노, 비장한 시위를 즐거운 축제로 끌어올리는 힘은 강력했다. 박 대통령을 겨눈 풍자와 해학은 한층 과감해지고 거침이 없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3일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6차 촛불집회)을 열었다.

이날 저녁 7시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서울에서만 150만명 이상이 거리로 나올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눈비가 내렸던 지난 주말 집회 때와 달리 포근하고 맑은 날씨에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 참가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광장에 모인 인파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다섯 살 짜리 딸과 함께 나온 직장인 김모씨(35)는 "딸이 역사적인 순간을 직접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폭력시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별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 만큼이나 박 대통령에 대한 풍자 수위는 한층 더 다양해졌다. 촛불시위 때마다 가장 붐비는 지하철 광화문역에는 출구에 아예 '박근혜 즉각 퇴진역'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어떤 시민은 박 대통령 얼굴과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머리카락을 합성한 사진과 닭 인형 여러 개를 연결해 광장 곳곳을 돌아다녔다.

대형 모형 말을 타고 등장한 시민도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60)의 딸 승마선수 정유라씨(20)를 풍자했다. 100m(미터) 길이 천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얼굴이 그려진 공을 굴리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박 대통령과 최씨 사진을 이용해 만든 허수아비 조형물도 등장했다. 박 대통령 가면을 쓴 참가자가 대기업 로고로 분장한 참가자, 최순실 코스프레 시민 등과 함께 쇠창살에 갇힌 퍼포먼스도 연출됐다.

무료 나눔 행사도 곳곳에서 진행돼 축제 같은 분위기를 돋구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차량용 스티커와 크리스마스카드, 플래카드를 무료로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무료 초, 두유, 풍선, 목도리 등도 무료 나눔 대상이었다. 한 부부는 시민들에게 소형 횃불을 나눠주기도 했다.

3일 오후 서울 도심 일대를 가득 메운 촛불시위대가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오후 6시 시작된 본 집회에서는 가수의 공연이 이어졌다. 데뷔 41년 차 가수 한영애씨도 무대에 나서 '홀로 아리랑'과 '내나라 내겨레' 등 노래를 불렀다.

한씨는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쓰러지지 않고 부러지지 않는 이들이 있기에 존재한다"며 "이 땅의 아이들도 먼 훗날 그런 생각을 하게끔 우리 모두 버텨야겠다"고 말했다.

오후 7시에는 광화문 광장이 한순간 암흑으로 변했다. 시민들은 일제히 촛불을 껐다. 주최 측이 준비한 '저항의 1분 소등' 퍼포먼스로 도심 일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동시에 불을 끄는 장관이 연출됐다.

주최 측은 "현재 대한민국은 암흑의 세상과 다르지 않다"며 "어둠을 걷어내는 저항의 1분 소등으로 대통령 퇴진에 온 국민의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1분 후 다시 일제히 불이 켜지며 어둠을 밀어냈다.

청와대를 향해 오후 7시25분부터 진행된 2차 행진도 즐기는 분위기였다. 행진 중 촛불 대신 횃불을 든 시민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충돌이나 폭력사태 같은 불상사는 없었다. 시민들은 노래 '이게 나라냐'가 흘러나오자 박자에 맞춰 어깨를 흔들기도 했다.

3일 저녁 서울 도심 일대를 가득 메운 촛불 시위대가 저녁 7시 정각 '1분 소등 퍼포먼스'에 따라서 일제히 불을 끈 뒤(사진 오른쪽) 1분 후에 다시 촛불을 켜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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