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북한의 기념동상 수출 금지…왜?

머니투데이 조성은 인턴기자 | 2016.12.04 07:00

대형 기념동상 수출이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평양에서 4000명 노동자들이 제작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위치한 48미터 높이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동상'(African Renaissance Monument)은 북한이 건설했다./사진=유투브 캡처
"북한의 기념동상 수출을 금지하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추가 대북제재를 결의했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목적은 북한의 자금줄을 옥죄어 핵개발을 저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는 특이하게도 북한의 기념동상 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조항이 들어있다. 지금까지 대북제재 결의안은 북한의 최대 수출 항목인 석탄 수출을 금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랬던 안보리가 돌연 '북한의 기념동상 수출'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안보리가 기념동상 수출까지 제재하는 이유에 의문을 제기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사만사 파워(Samantha Power)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은 기념동상 수출로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여 핵개발에 이용해 왔다"며 안보리의 북한 기념동상 수출 금지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북한은 1980년 초반부터 세네갈, 짐바브웨, 보츠와나,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10여 개 나라에 기념동상과 기념비를 수출해 왔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는 북한이 건설한 48미터 높이의 '아프리카 르네상스 기념동상'(African Renaissance Monument)이 세워져 있다. 세네갈은 이 기념동상 제작비로 무려 2700만 달러(310억원)를 북한에 지급했다.

세네갈의 기념동상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가장 높은 동상으로 유명하다. 이 기념동상의 높이는 프랑스의 개선문(50미터) 높이에 버금가고,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자유의 여신상(46미터)보다도 높다. 보통 10층 빌딩의 높이가 30미터인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념동상 기공식날 수천명의 사람들이 기념동상에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반대시위 참가자들은 "동상의 얼굴이 아프리카 사람 같지 않고, 제작 과정에 터무니 없이 비싼 비용이 들어갔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또한 반나체 차림의 여성동상이 무슬림 국가인 세네갈의 정서에 맞지 않다고 비난했다. 동상의 주인공인 압둘라예 와드(Abdoulaye Wade) 세네갈 대통령 역시 동상의 얼굴이 아시아 사람 같다며 북한 측에 재작업을 요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또 다른 아프리카 국가인 짐바브웨는 5백만 달러(59억원)를 주고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 대통령의 동상 두 개의 제작을 북한 측에 의뢰했다. 이 동상들은 무가베 대통령의 사후에 공개될 예정이다.


아프리카 대륙 중앙에 위치한 콩코민주공화국의 수도 킨샤사 광장에는 북한에서 제작된 로랑 카빌라(Laurent Kabila) 대통령의 거대 동상이 서 있다. 이 동상은 북한의 인민복과 비슷한 복장을 입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아프리카 해안에 위치한 나미비아의 수도 윈드후크의 외곽에는 자국의 독립투쟁을 기리는 거대 첨탑이 서있다. 이 동상의 높이는 11m로 나미비아 초대 대통령 샘 누요마(Sam Nujoma)를 닮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북한에서 제작됐다. 그러나 이 동상을 찾는 방문객은 거의 없다.

아프리카 동부 해안의 모잠비크의 수도 마푸토(Maputo)에는 사모라 마셸(Samora Machel) 대통령 동상이 있다. 얼굴 모습이 이상하다는 혹평을 듣고 있는 이 동상은 가장 최근에 북한에서 만든 것으로 2011년에 완공됐다.

역사학자 아드리안 티니스우드(Adrian Tinniswood)는 "북한에서 만든 아프리카 국가의 동상들은 모두 아프리카인이 아닌 북한사람을 닮았다"며, 이들 동상의 디자인에 문제가 있다고 지난 2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북한이 아프리카 국가 등지에 수출한 거대 기념동상은 평양에 위치한 ‘만수대 창작사’에서 제작된다. 이 공장에는 4000명의 노동자들은 작업하고 있는데 평양의 길거리를 장식하기 위한 선전물을 만드는 작업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북한의 기념동상 수출은 1980년대에 사회주의 국가나 비동맹국에 대한 외교적 선물로 시작됐으며, 북한정부는 최근 자국의 예술가와 기능공들을 앙골라, 베냉, 차드, 콩고 공화국, 에티오피아 등지에 보내 현지에서 일하게 함으로써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기념동상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는 수천억 달러로 추산된다. 즉 북한에게는 기념동상 수출이 핵개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주된 돈줄인 셈이었다. 그러나 이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로 재원조달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안보리의 대북제재안에 따라 북한은 기념동상 수출이 금지되면서 연간 약 1억 달러(1180억원) 가량의 외화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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