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갖췄지만 본질은 강경 보수? 위용 드러낸 트럼프 내각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 2016.12.01 16:44

인종차별 논란 내정자 등도 있어…의회 청문회 난항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블룸버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재무장관으로 스티븐 므누신을, 상무장관으로 윌러 로스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서 차기 미국 내각의 진용이 모습을 갖추게 됐다.

백인 남성 일변도일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여성 장관을 4명이나 내정했고, 흑인과 아시아권 출신 장관도 3명이나 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강경보수 노선을 견지하는 인물이 포진돼있어 향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은 크게 후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종차별 논란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도 있어 의회 청문회 과정에서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 경제 정책은 보수 월가 전문가에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와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가 담당하게 된다. 둘은 모두 월스트리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월가를 비판해 오던 트럼프 당선인의 철학과는 대비되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는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재무 책임자를 맡았고,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강력한 보호주의 옹호자라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공유하는 부분이 많은 인물이기도 하다.

므누신 장관 내정자는 17년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던 전형적인 월가 인물이다. 1985년 골드만삭스에 입사해 모기지와 머니마켓, 정부채, 지방채 트레이딩 업무를 주로 담당하면서 탁월한 투자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1994년 고위 간부인 파트너가 됐다.

지난 4월부터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재무 책임자를 맡으며 재무장관 주요 후보로 꼽혀왔다. 므누신은 민주·공화 양당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큰손'인 조지 소로스의 소로드펀드매니지먼트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

로스 장관 내정자는 1961년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뒤 월가에서 신생기업에 돈을 대는 벤처 캐피털 전문가로 활약하다가 1980년대 말 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정크본드) 시장의 붕괴를 계기로 기업사냥꾼으로 진로를 바꿨다.

로스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낸 미국 제조업 중심지, '러스트벨트'와도 인연이 깊다. 베슬리헴스틸 등 파산한 미국 주요 철강업체들을 한 데 모아 2002년 인터내셔널스틸그룹(ISG)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ISG는 2005년 인도 미탈스틸과 합병했다.

로스는 무역정책에 강경한 입장이다. 트럼프 대선 캠프에서는 미국의 대중 무역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함께 무역 및 규제 관련 정책을 구상했다. 트럼프는 이를 근거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비롯한 기존 무역협정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주장했다.

◇이민자·여성·흑인에게도 내각 문 활짝

UN 주재 미국 대사로 내정된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국정연설 당시 공화당 대응연설자로 나서며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은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외교정책은 2015년 9월 이란 핵 협상에 반대한다는 공화당 14개 주 주지사들과 공동서명을 한 것을 제외하면 알려지지 않았다.

교육장관에 내정된 벳시 디보스는 교육 민영화와 자율형 공립학교 등을 지지하는 교육 운동가다.

청정에너지에 주력하는 투자그룹 '윈드퀘스트'(Windquest) 그룹과 딕 및 벳시 디보스가족재단, 미국 어린이연맹 등의 회장을 맡고 있다. 또 이라크전 용병공급으로 논란을 일으킨 보안업체 '블랙워터USA'의 창설자 에릭 프린스의 가족이다.

그녀의 부친 리처드 디보스는 자산 54억 달러를 보유해 포브스 미국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88위를 기록했다.


디보스는 교육부 장관 지명을 수락하면서 "현재의 교육은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에 있다"며 "모든 미국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기회를 갖도록 대대적 변화를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부모와 대만에서 이민 온 일레인 차오는 교통장관으로 내정됐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거쳐 2001년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발탁돼 8년간 노동장관을 역임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아내이기도 하다.

공화당 경선 주자였던 벤 카슨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에 유력시되고 있다.

카슨은 저명한 신경 외과 의사 출신으로, 현재는 은퇴했다. 공직 경험은 없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행정 및 외교, 국방 분야에서 얕은 지식을 드러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다만 파산한 디트로이트의 가난한 흑인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배경 때문에 도시 빈민 문제에 대해선 정통하다는 평가도 있다.

◇강경 보수 인사 득세 우려도…국무·국방 장관은 아직 고심 중

트럼프 당선인이 여성 장관과 흑인 장관을 내세워 내각을 다양하게 구성했지만, 강경 보수 노선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법무장관(한국의 검찰총장 역할)에는 제프 세션스 앨라배마주 상원의원이 내정됐다. 올해 69세인 세션스는 과거 앨라배마 주 법무장관을 역임했고, 변호사이자 육군 출신 퇴역 군인이다. 현재 그는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이자 전략군 분화위원회 위원장이다.

세션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을 경선 초기부터 지지해 왔다.

세션스 상원의원은 과거 인종차별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1986년 상원은 세션스의 연방 법원 판사 임명 동의안 처리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검사에게 '아이'(boy)라고 불렀다는 증원이 문제시되자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세션스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청문회 도중 '전미 흑인 지위 향상 협회'(NAACP)나 '미국 시민 자유 연맹' 같은 단체가 "미국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장관에는 톰 프라이스 조지아 하원의원이 내정됐다. 프라이스 의원은 오바마케어가 보건 서비스의 적정한 가격과 질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조지아에서만 4선을 한 프라이스 의원은 정계 입문 전 약 20년 동안 정형외과 의사로 일했다. 그래디메모리얼병원 정형외과장, 에모리 의과대학 조교수를 역임하며 풍부한 의료 경험을 갖췄다.

이 밖에도 아직 내정 작업은 끝나지 않았지만, 국무장관에는 밋 롬니 상원의원이, 국방장관에는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사령관을 유력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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