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 진심과 시스템의 균형이 관건"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 2016.12.02 03:00

[피플] 김은주 지란지교 프렌즈 부장 "SW 아닌 '나눔' 마케팅에 도전"

김은주 지란지교 프렌즈 부장(왼쪽)이 지난달 열린 사내 바자회 '프렌즈 마켓'에서 일하는 모습./사진제공=지란지교

마케팅·국제경영 전공. 해외사업부 소속 사업개발 및 마케팅 담당. 이런 이력을 쌓아오던 40대 그녀가, 돌연 회사 대표에게 '사내 사회공헌 조직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다. 깜짝 제안을 받은 대표는 망설임 없이 '한 번 해보라'고 답했다. 연간 계획에도 없던 사업이라 예산을 많이 배정할 수 없었고, 인원도 아이디어를 제안한 당사자와 외부에서 수혈한 마케팅 전문가 한 명이 전부다. 일명 '자급자족 사회공헌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김은주 지란지교 프렌즈 부장(43)은 매일 같이 비행기에 몸을 싣고 미국, 일본 등을 다니던 '해외 사업통'이다. 그녀가 새로운 바닥에 도전해보겠다고 나선 건 올 상반기 일이다.

"10살 된 쌍둥이 딸들에 집중하려고 반년 정도 육아 휴직을 했어요. 어떤 일을 앞으로 해야 하나 고민한 시간이 됐죠. 하루가 멀다 하고 해외로 나가야 하는 업무를 오래 하면서, 체력도 많이 약해진 상태였어요. 막연하게 생각만 하던 일을 이참에 해보자는 결심이 섰죠."

지란지교 창업주인 오치영 대표가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후원해왔던 보육시설이 있던 터라 김 부장의 상상은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이 됐다. 22년간 회사를 꾸려 온 오 대표 역시 언젠가 해야 할 일로 마음 한편에 두고 있었던 것. 그렇게 만들어진 '프렌즈'는 일종의 사내 소셜벤처다. 프렌즈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보면 '#자급자족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설명이 따라 붙는다.

"지란지교의 다른 부서처럼 우리도 자급자족이죠. 제 경험을 살려 해외 사업을 개발해서 활동 예산을 마련하려고 해외 단체들과 현재 접촉 중이에요. 자율성이 높은 지란지교 문화를 그대로 담았어요. 재단 설립 대신 사내 부서를 만든 이유도 특정 목적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자유롭게 우리에게 맞는 옷을 찾기 위해서였죠."


김은주 지란지교 프렌즈 부장/사진제공=지란지교
사내 소셜벤처로서 프렌즈는 지란지교 계열사 6곳의 각 특징에 맞는 사회공헌사업을 만들고, 지원해주는 업무를 맡게 된다. 또 다른 역할은 사내에 사회공헌 문화를 퍼뜨리는 일이다. 최근 직원들에게 기부받은 물건으로 사내 바자회 '프렌즈 마켓'을 연 이유다. 김 부장은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직원들에게 '나눔'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프렌즈가 일종의 플랫폼이 되고 주요 사내 문화가 되길 기대한다.

"단순히 '나눔'을 실천하려는 취지였다면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했겠죠. 지란지교 일원이 되면 누구나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조직 일인만큼 프렌즈가 '진심'과 '시스템'의 균형을 맞추는 일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겠죠."

유능한 마케터에서 소셜벤처 창업가가 된 김 부장은 "모든 일의 본질은 결국 사람 마음을 얻는 일로 좁혀지더라"며 "세심하게 사람의 마음을 살펴보도록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바자회 수익금으로 대전 보육시설에 비타민 영양팩과 여학생 생활용품을 구입키로 한 것도, 세심하게 필요한 부분을 관찰한 결과다. 프렌즈는 오랜 기간 이어온 인연을 바탕으로, 어린이·청소년 대상 활동을 우선 해나갈 계획이다.

"개인적인 꿈이요? 장기적으로는 자폐아와 경계선 지능 아동들을 고용할 수 있는 소셜벤처를 만들고 싶어요. 이 아이들은 일반 직장 취업은 물론이고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쉽지 않거든요.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일을 언젠가는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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