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이라는 '오가닉코튼', 정말 몸에 좋나요?… '고가'의 비밀은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 2016.12.04 11:24

[소심한 경제] 일종의 환경세 개념에 가까워…전문가 "일반면과 큰 차이 없어"


#직장에 다니는 이모씨(32)는 최근 티셔츠 한장을 구매했다. '오가닉 제품'이라고 소개된 이 티셔츠는 다른 상품보다 배 이상 비쌌다. 하지만 '천연소재'인 오가닉코튼이라는 말에 솔깃했다. 피부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소재라며 판매원이 부추겼다. 하지만 구매 후 이씨의 만족도는 높지 못했다. 세탁한 후 옷이 변색되는 느낌도 일반 면과 비슷했다. 입었을 때 면의 부드러운 느낌도 덜한 것 같았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오가닉 제품도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상품이 오가닉코튼이다. 유기농 순면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피부에 민감한 유아용 제품뿐 아니라 최근에는 어른용 의류, 화장솜 등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가닉코튼은 유기농 채소 등과 달리 '건강에 좋은' 상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애초에 오가닉코튼이 사람의 건강보다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생각해 농약을 덜 뿌려서 생산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안동진 섬유연구소장은 "오가닉코튼은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생각으로 농약 치지 않은 목화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생산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일반 목화와 유기농으로 재배된 목화는 면으로 생산되는 방식이 같기때문에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면의 주 원료인 목화는 인도, 중국, 미국 등 35개국에서 재배된다. 2014~2015년 기준 연 2600만톤이 유통됐다. 목화 재배는 저개발 국가나 농민들에게 좋은 수입원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기도 하다. 목화재배에 쓰이는 농약의 양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오가닉코튼 관련 한 국제단체에 따르면 일반적인 목화를 재배할 때 들어가는 살충제 양은 1년간 전세계에서 쓰이는 살충제 양의 약 25%다. 제초제는 전세계의 10분의 1을 목화재배에 뿌린다.

농약의 양이 워낙 많다 보니 농민들과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쳤다.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목화를 재배하는 한해에 목화재배 농민 중 약 2만명이 관련 암에 걸려 사망했다.

미국에선 매해 6500만마리의 야생 조류가 사라진다는 보고도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면 가격이 2000년대 초반 기존 가격의 절반까지 대폭 하락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했다. 오가닉코튼은 그렇게 탄생했다.

오가닉코튼을 재배하기 위해선 2년간 재배할 땅을 쉬어야 한다. 여기에 제초제나 농약을 뿌리지 않으니 생산량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오가닉코튼이 일반 면보다 고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 소장은 "결국 오가닉 코튼은 소비자의 건강을 더 향상시키기 위해서 재배한 상품이 아니라 지구 환경과 농민들의 삶을 생각해 생산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일종의 '공정무역'이나 '환경세'에 더 가까운 것"이라며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소비자 건강에 좋다고만 홍보하는 것은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가닉코튼 제품을 일반 면 제품과 비교해 보니 가격이 약 20~30% 정도 비쌌다. 영유아용 배넷저고리는 순면으로 된 것 보다 약 5000원 정도 비싼 1만9000원~2만원 선이었다.

생리대, 귀저기 등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오가닉코튼으로 만든 제품은 많게는 5000원, 적게는 2000원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1000~2000원 하는 화장솜은 6000~1만원까지 받는 경우도 있었다.

유아용 기저귀를 둘러보다 오가닉코튼 제품을 고른 박모씨(28·여)는 "오가닉코튼이 더 비싸긴 하지만 왠지 아이에게 더 좋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 구매한다"며 "큰 차이가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겠다는 생각에서 사는 것"이라고 했다.

판매원들도 뚜렷하게 오가닉코튼이 더 좋은 이유를 설명하진 못했다. 대체로 "오가닉코튼은 '천연소재'여서 피부에 좋고 특히 아토피 피부에 효과가 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목화를 원재료로 면을 뽑아내는 과정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한 섬유업계 관계자는 "오가닉코튼이라고 해서 화학처리를 덜하는 것이 아니라 면을 만드는 과정은 똑같다. 오가닉이 아토피에 좋다는 것도 검증되지 않은 얘기"라고 지적했다.

오가닉코튼이 일반 면과 차이가 없지는 않다. 천연염색을 하거나 염색을 하지 않을 경우 일반 면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안 소장은 "오가닉코튼에는 1분류와 2분류가 있는데 2분류는 천연염색을 하거나 염색을 아예 안하는 경우 화학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더 좋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의류업계 한 관계자는 "오가닉코튼은 말 그대로 '친환경'적 재배방식을 채택한 것이지만 '건강 프리미엄'을 붙여 비싸게 파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소비자들이 오가닉코튼에 대해 잘 이해하고 현명한 소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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