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어둠의 자리

머니투데이 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 | 2016.11.3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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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연단의 연사가 외쳤다. 양심과 선의는 악과 불의를 끝내 이긴다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상징이나 은유로서의 어둠 말고, 어둠 그 자체를 사유해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어둠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도 무차별적으로 작용한다. 그 앞에서 계급도 특권도 무용지물이다. 어둠이 하는 일은 조무래기 빛 부스러기들이 하는 일과는 격이 다르다. 어둠은 모든 것을 지운다. 빛이 하는 일이 더하는 일이라면 어둠이 하는 일은 덜어내는 일. 우주는 어둠으로 해서 비로소 정화된다. 제야(除夜)는 말 그래도 어둠을 걷어내는 일. 악과 불의는 걷어내야 마땅하지만 도시 곳곳에 어둠이 은신할 만한 구석과 공터를 남겨놓는 일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어둠은 그곳에 기대 누군가가 눈물을 떨구는 자리요 연인들의 포옹과 입맞춤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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