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황금알을 낳는 면세업계의 우울함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6.11.28 04:20
"실무진이 열심히 해도 아무 소용 없어요."

'제3차 면세대전'이라고 불리는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 입찰. 각종 사회공헌과 마케팅 활동에 박차를 가하던 면세점 직원들은 요즘 무력감을 토로한다. 면세점 선정이 상상도 하지 못한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고 급기야 롯데와 SK에 압수수색이 들이닥친 직후다.

실무자들 중에는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보이지 않는 손'이 따로 있다며 아예 일손을 놓는 이들도 등장했다. A면세점의 입찰 관련 업무 담당 직원은 "그 동안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밤을 새며 노력해왔던 것들이 다 헛수고였다고 생각하니 허탈하기만 하다"며 "전 같으면 한창 야근해야 할 시간인데 동료들하고 쓴술만 마신다"고 말했다.

면세점업계는 지난해 진행된 1차 신규사업자 추가 입찰서부터 올 연말 사업자 선정이 예정된 3차 입찰까지 심사기준 논란, 입점 특혜 의혹 등 갖가지 논란에 '바람 잘 날' 없었다.

지난해 상반기 1차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는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신규 사업자로 선정됐다.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 등 쟁쟁한 업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예상 외 결과에 심사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말 진행된 2차 입찰에서는 이렇다 할 잡음 없이 사업을 이어오던 롯데면세점, 워커힐면세점 등 기존 업체가 특허권을 잃었다. 반대로 이 분야 경험이 전무했던 두산은 특허권을 얻었다.


현재 진행 중인 3차 입찰전은 뇌물 의혹 등으로 아예 무산될 위기다. 이와 맞물려 특허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자는 움직임도 올스톱 됐다. 면세점 입찰은 그야말로 '시계제로' 상황이다. 저마다 이유로 의혹에 연루되지 않은 기업을 찾기 어려운 지경이다.

가장 크게 충격받은 사람들은 묵묵히 업무를 진행해온 면세업계 실무자들이다. 이들은 마케팅 차별화와 사회공헌 등에 몰두해왔다. 그래야만 한다고, 그러면 될 거라고 믿어왔기 때문에 특혜 논란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가장 기분 나쁜 점은 우리 회사와 오너에게도 '뭔가'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라며 "회사에 대한 의심을 풀 길이 없는데도 회사를 '믿는 척', '애사심 있는 척' 하면서 웃어야 하는 상황이 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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