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했던 바다는 잠수 경력 30년인 이 잠수사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집에 왔지만 큰 상처가 남았다. 양쪽 어깨는 골괴사(뼈세포나 뼈조직이 죽는 것) 판정을 받았다. 당장 생업이 중단됐다. 그해 가을 한 건설업체에 일하러 갔다가 "세월호 때 고생하셨으니 좀 쉬시라"며 거절을 당했다. 이후 잠수일은 한 번도 못했다. 우울증 등 정신적 외상도 심각했다. 현장이 계속 떠올랐고, 잠 못 자는 날이 많아졌다. 처방약을 저녁에 2번이나 입에 털어 넣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온몸의 기력이 다 빠지는 나날이었다.
이 잠수사는 지난 21일 정부가 보낸 보상금 인정결과 통보서를 받곤 힘이 쭉 빠졌다. 부상등급 7급, 보상금은 4058만원이었다. 양쪽 골괴사 수술만 받아도 2년 정도는 쉬어야 한다. 이 잠수사가 한해 벌었던 연봉이 평균 5000만원, 약 1억원은 못 버는 셈이다. 거기다 수술비와 치료비까지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산업재해 보상 기준으로만 따져도 2억원 이상은 나와야 했다. 이 잠수사는 "세월호 사고 이후로 담뱃값도 못 벌고 친구들한테 밥 한 끼도 못 살 만큼 생활이 어렵다"며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세월호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잠수사들이 국민안전처 해경본부가 지급키로 한 보상금 액수를 지난 21일 통보 받은 뒤 생계는 커녕 수술비를 감당하기도 부족하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잠수사들은 최소 산업재해 기준 만큼이라도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해경에 '이의신청' 할 계획이다.
27일 머니투데이가 단독 입수한 '보상금 인정결과 통보서'에 따르면 해경은 이들 잠수사들에게 최저 1100만원에서 최고 4058만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애초 해경은 민간잠수사 27명에게 8억6000만원을 보상해준다고 밝혔지만 잠수사 각각이 받는 개별보상금 액수는 알려줄 수 없다며 비공개로 일관했다.
김모 잠수사는 부상등급 9급, 보상금 1100만원을 통보 받았다. 김 잠수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20일부터 7월까지 수색 업무에 투입돼 하루 최대 4번씩 총 100회 넘게 잠수에 투입됐다. 김 잠수사는 양쪽 어깨 골괴사 판정을 받았다. 김 잠수사는 "골괴사 판정을 받으면 산재 기준으로 따져도 2억 이상은 받는다고 하는데, 뭘 기준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수술비도 안되는 액수"라고 말했다.
황모 잠수사는 부상등급 7급에 보상금 4058만원을 통보 받았다. 세월호 수색업무로 신장질환이 악화돼 일주일에 3번씩 투석을 받고 있고, 오른쪽 어깨는 골괴사 판정을 받았다.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인해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황 잠수사는 "신장질환이 악화됐는데 보상액에 전혀 반영이 안된 것 같다"며 "지금도 신장투석 때문에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잇고 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골괴사 등 수술시 업무 중단으로 인한 생계비용 등도 전혀 감안이 안됐다는 것이 잠수사들의 주장이다. 김모 잠수사의 경우 양쪽 골괴사 수술을 받으면 회복까지 감안했을 때 약 2년여간 잠수 업무에 투입될 수 없다. 김 잠수사의 평균 연봉이 약 6000만원이므로 1억 넘게 손해보는 셈이다. 황 잠수사의 연봉도 세월호 업무 투입 이전 평균 7000~8000만원 가량 됐다.
특히 잠수사들은 통상 통증에 시달리다 결국 수술해야 할 때 산재 처리를 하는데, 세월호 민간잠수사들은 해경 보상금을 위해 골괴사 판정을 받는 바람에 향후 다른 업무현장에서 산재 처리도 못 받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치료비 등은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해경은 '의사상자법'이 정한 부상등급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한 것이라며 원칙적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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