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한파에도 '150만 평화촛불'…매주 시민혁명 새역사

뉴스1 제공  | 2016.11.26 22:55

"박근혜 퇴진" 헌정사상 최대 인파 평화의 함성
靑앞에서도 평화유지, '촛불 어깨동무' 추위 녹여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날 촛불집회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대구·광주·울산 등 전국 56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2016.11.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에 첫눈이 내린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시민 150만명(경찰은 오후 7시40분 기준 27만명 집계)이 운집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혹한의 날씨에 모인 헌정사상 최대 인파는 "박근혜 퇴진"을 함께 외치며 대한민국 집회시위의 새 역사를 썼다. 사전행진 전까지 내린 눈발과 혹독한 추위도 촛불 행렬을 막지 못했고 시민들은 주권자의 힘을 과시했다.

◇150만 모였지만 연행·부상자 '0'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40분 기준 광화문광장 일대 시민 150만명이 모여 촛불을 밝혔다.

정오부터 함박눈이 쏟아졌지만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꺾지 못했다. 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은 촛불과 어깨동무로 추위를 녹이고 "박근혜 퇴진"을 목놓아 외치며 열기를 뿜어댔다.

1987년 6월항쟁 당시 100만, 지난 12일 3차 집회 때 모인 100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이날 오후 10시 기준 단 한명의 부상자, 연행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가족들, 학생, 노동자, 농민, '혼참러'(혼자 참여한 사람) 등 150만 시민들은 평화롭지만 힘차게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이날 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56개 지역에서 열린 동시다발 집회가 열린 가운데, 지방에서 모인 40만명을 더하면 총 참가인원은 190만명이다. 특정 시점 최대 인원을 추산하는 경찰은 오후 7시40분 27만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목전에서 스스로 해산, 2차 행진때 다시 점령

이날 시민들은 청와대를 완전히 포위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전날 법원은 청와대 앞 200m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오후 5시30분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이에 청와대 코앞에서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사상 처음으로 가능하게 됐다.

아울러 430m 거리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효자로), 새마을금고 광화문지점(자하문로), 세움아트스페이스 앞(삼청로) 등까지 행진을 허용해 시민들은 '인간띠'로 청와대를 둘러쌌다.

역사적인 발걸음을 뗀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박근혜 퇴진" 구호는 불과 200m 청와대까지 또렷이 울려퍼졌다.

시민들은 법원이 이곳에서 허용한 시간이 지나자 스스로 광장으로 물러났다.

벼르고 별렀던 청와대를 눈앞에 두고도 흥분하지 않고 "다시 오겠다"며 해산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세계가 주목하는 평화집회, 집회가 끝날 때마다 칭송이 쏟아진 시민의식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일부 시위대가 남아 자리를 지켰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 시민들이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2016.11.26/뉴스1 단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경찰도 평화로운 집회관리에 방점


경찰 역시 사상 최대경력인 270여개 중대, 2만5000여명을 투입해 이날 집회를 관리했다.

첫번째 행진이 끝난 오후 5시50분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등에 일부 시위대가 철수하지 않고 버티자 경찰은 차벽을 내자동로터리로 옮기기 위해 해산을 요청했다.

하지만 남아있던 100여명이 완강히 버티고, 8시 2차 행진을 앞둔 시점엔 수천명으로 불어나자 시민들에게 청와대 200m앞 길을 완전히 내줬다.

결국 통인로터리에 2차 방어 차벽이 설치되긴 했지만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경복궁역사거리(내자교차로)까지 약 1㎞ 왕복 4차로가 촛불로 가득찼다.

경찰이 강제 진압에 나설 경우 충돌이 불가피한 까닭에 해산을 포기하고, 안전한 집회관리에 애쓰는 모습이었다.

◇풍자와 해학 빛난 '박근혜 하야 페스티벌'

이날도 시민들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박 대통령으로부터 빚어진 국정난맥상을 풍자와 해학으로 비틀며 유쾌한 축제를 즐겼다.

광장엔 박 대통령을 비롯해 최순실, 사퇴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을 잡는 '두더지 게임기'가 등장했고, 대학 깃발들 사이로 '청와대 총학생회' '나만 비아그라 없어' 등 이색 깃발이 나부꼈다.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은 광화문 사거리부터 대한문까지 500m 길이의 천에 붓으로 시민들 발언 적는 '백만백성' 퍼포먼스를 펼쳤다.

한 농민은 수원에서 소 두 마리를 끌고 상경해 사람을 태운 소가 서울 도심을 거니는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 이 소는 오후 7시 본집회 때 무대 앞까지 나와 시민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본집회에 앞서 핫팩과 촛불을 무료로 나눠주는가 하면 즉석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주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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