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으니 대기줄도 줄어…" 11·3 대책 한파 맞은 모델하우스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김사무엘 기자 | 2016.11.25 17:30

[르포]서울 도심 7곳 모델하우스 가보니 '썰렁'… "11·3대책 이후 1순위 대상자 절반 이상 줄어"

25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래미안 아트리치'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사진=배규민
"청약 글쎄요. 내년에 입주 폭탄 걱정은 되는데 대출 받기는 더 어려워질 테고. 고민되네요." (잠실올림픽아이파크 견본주택 방문객)

서울 도심의 7개 단지가 25일 일제히 모델하우스 문을 열었다. 이들 단지는 '11·3 부동산대책'이 첫 적용돼 향후 분양시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단지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서울 도심 모델하우스마다 내방객들이 몰렸던 예전에 비하면 추운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분양권 전매제한과 잔금대출 심사 강화 등의 규제 한파에 잔뜩 웅크린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강남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풍납동 잠실올림픽아이파크 견본주택은 아예 대기 줄이 없어 곧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상담 대기 인원도 30명 안팎에 불과한 조용한 분위기였다. 높은 분양가 때문인지 젊은 세대 보다는 주로 은퇴자나 50대~60대의 여성들이 주를 이뤘다.

상계동에 사는 60대 박모씨(여)는 "강남에 살아보고 싶은데 입주때까지 분양권 매매도 안 되고 내년에 입주 대란 때문에 집값이 떨어져 영향을 받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며 "내년부터 집단대출 받기가 어려워지면 지금이 나을 수도 있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신촌그랑자이 견본주택 앞에는 ‘떴다방(이동식중개업소)’들이 나타나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들은 방문객들을 상대로 연락처를 적느라 여념이 없었다.

25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이 신촌그랑자이 모델하우스 방문객들을 상대로 연락처를 받아내고 있다. 뒤쪽은 신촌그랑자이가 들어설 공사 현장/사진=배규민
11.3 대책으로 강남 4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은 1년6개월 동안 분양권 거래가 금지된다. 그럼에도 소위 말하는 떴다방 관계자들의 고객 리스트에는 수십 명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당첨자 발표 이후 이들이 분양권 거래를 할 경우 명백한 불법이다.

지난달 신촌숲아이파크 분양 때와 달리 모델하우스 입장은 훨씬 수월했다. 방문 대기 인원이 50명 미만으로 입장까지 1시간이 채 안 걸렸다. 모델하우스 내부도 예전과 달리 한산한 느낌이 컸다. 신병철 GS건설 신촌그랑자이 소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약 5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송파구 잠실올림픽 아이파크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사진=김사무엘 기자
서울 종로구 래미안 아트리치 모델하우스도 정식 오픈 전인 오전 10시 전부터 대기자들이 있었지만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지 않았다. 오전 11시 기준 상담 방문객 수는 147번. 대기자가 3~4명 밖에 되지 않아 1시간~2시간 대기 시간이 있었던 예전과 달리 상담 순서가 금방 돌아왔다.

각 모델하우스 내에는 발코니 확장 무료, 중도금 무이자, 김치냉장고 무상 제공 등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등 소비자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1순위 자격 강화와 재당첨 제한 등으로 저조한 청약 경쟁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만 삼성물산 래미안아트리치 소장은 "5년 동안 청약에 당첨된 적 없는 부부도 동시에 청약이 되면 재당첨 금지 조항 위반에 해당 돼 무효 처리된다"며 "1순위 신청을 할 수 있는 대상자가 예전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데다 서울 주요 단지 청약일이 겹쳐 투자 수요까지 분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약 요건 강화로 방문객 수는 확연히 줄었지만 일부 역세권 단지들은 완판을 자신했다. 신병철 신촌그랑자이 소장은 "실수요자와 투자수요의 비율을 8대 2 정도로 본다"며 "경쟁률은 예전에 비해 크게 낮아지겠지만 완판은 일주일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5일 서울시 관악구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방문객들이 입장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이재만 분양소장도 "동대문구, 노원구, 도봉구, 중랑구 등 근처에 오래된 아파트들이 많아 새 아파트에 대한 니즈가 크다"며 "일주일 내에 완판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한 잔금대출 분할상환 정책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봤다. 이 소장은 "분할상환이 적용되지 않는 단지여서 실수요자들의 반응이 더 좋다"고 했다.

래미안아트리치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30~40대들은 실수요가 주를 이뤘다. 갓난 아기를 안고 온 한 30대 부부는 "맞벌이인데 직장이 이태원과 쌍문동"이라며 "여기가 거의 중간 지점이고 지하철 6호선과 1호선을 이용할 수 있어 청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40대의 여성도 "지금 답십리에 살고 있는데 회사가 종로"라며 "회사와의 접근성이 좋고 출입구가 분리돼 임대를 놓을 수 있는 설계 주택 유형에 청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모델하우스를 찾은 70대의 신씨는 "자녀들과 살 집을 알아보러 왔다"며 "경쟁률이 떨어지면 당첨될 확률이 높아져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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