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7개 단지가 25일 일제히 모델하우스 문을 열었다. 이들 단지는 '11·3 부동산대책'이 첫 적용돼 향후 분양시장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단지별로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서울 도심 모델하우스마다 내방객들이 몰렸던 예전에 비하면 추운 날씨만큼이나 썰렁했다. 분양권 전매제한과 잔금대출 심사 강화 등의 규제 한파에 잔뜩 웅크린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강남 재건축 단지인 서울 송파구 풍납동 잠실올림픽아이파크 견본주택은 아예 대기 줄이 없어 곧바로 입장이 가능했다. 상담 대기 인원도 30명 안팎에 불과한 조용한 분위기였다. 높은 분양가 때문인지 젊은 세대 보다는 주로 은퇴자나 50대~60대의 여성들이 주를 이뤘다.
상계동에 사는 60대 박모씨(여)는 "강남에 살아보고 싶은데 입주때까지 분양권 매매도 안 되고 내년에 입주 대란 때문에 집값이 떨어져 영향을 받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며 "내년부터 집단대출 받기가 어려워지면 지금이 나을 수도 있어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신촌그랑자이 견본주택 앞에는 ‘떴다방(이동식중개업소)’들이 나타나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들은 방문객들을 상대로 연락처를 적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달 신촌숲아이파크 분양 때와 달리 모델하우스 입장은 훨씬 수월했다. 방문 대기 인원이 50명 미만으로 입장까지 1시간이 채 안 걸렸다. 모델하우스 내부도 예전과 달리 한산한 느낌이 컸다. 신병철 GS건설 신촌그랑자이 소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약 5000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했다"고 말했다.
각 모델하우스 내에는 발코니 확장 무료, 중도금 무이자, 김치냉장고 무상 제공 등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등 소비자 모시기에 열을 올렸다.
1순위 자격 강화와 재당첨 제한 등으로 저조한 청약 경쟁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재만 삼성물산 래미안아트리치 소장은 "5년 동안 청약에 당첨된 적 없는 부부도 동시에 청약이 되면 재당첨 금지 조항 위반에 해당 돼 무효 처리된다"며 "1순위 신청을 할 수 있는 대상자가 예전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데다 서울 주요 단지 청약일이 겹쳐 투자 수요까지 분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약 요건 강화로 방문객 수는 확연히 줄었지만 일부 역세권 단지들은 완판을 자신했다. 신병철 신촌그랑자이 소장은 "실수요자와 투자수요의 비율을 8대 2 정도로 본다"며 "경쟁률은 예전에 비해 크게 낮아지겠지만 완판은 일주일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래미안아트리치 모델하우스에서 만난 30~40대들은 실수요가 주를 이뤘다. 갓난 아기를 안고 온 한 30대 부부는 "맞벌이인데 직장이 이태원과 쌍문동"이라며 "여기가 거의 중간 지점이고 지하철 6호선과 1호선을 이용할 수 있어 청약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40대의 여성도 "지금 답십리에 살고 있는데 회사가 종로"라며 "회사와의 접근성이 좋고 출입구가 분리돼 임대를 놓을 수 있는 설계 주택 유형에 청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도 있다.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모델하우스를 찾은 70대의 신씨는 "자녀들과 살 집을 알아보러 왔다"며 "경쟁률이 떨어지면 당첨될 확률이 높아져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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