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AI, 결코 가볍지 않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 2016.11.25 03:20

정말 우연(偶然)이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혼란 못지않게 요즘 농민들을 애태우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단초가 발견된 건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였다.

지난 달 28일 충남 천안 풍세면 남관리 인근 봉강천을 찾은 건국대 연구팀은 주변에서 야생원앙 분변 시료를 채취했다. 연구팀은 보다 정확한 검사를 위해 이를 종란에 접종했고, 종란 속 병아리가 죽자 이를 이상히 여겨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였고, 유형도 H5N6형으로 판명됐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H5N1형, H5N8형이 주로 발견돼 왔는 데 고병원성 H5N6형 AI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방역당국이 화들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AI 바이러스가 발병할 때마다 정부는 재발방지를 내 놓았지만 그 약속은 늘 공약(空約)이 됐다.

지난 해에도 AI 바이러스 주범으로 추정되는 철새 도래지에 대해 상시예찰과 모니터링을 통한 AI 예방과 차단을 호언했지만 이번에 민간 연구팀의 노력이 없었더라면 지금 호들갑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AI 방역활동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과거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 내놓은 방역 대책들은 지나보면 탁상행정의 연장선상에 있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매번 수 천억원의 비용을 수반하는 대책이 이렇게 허술했다면 '정신줄 놓은 정부'라는 지청구도 지나친 건 아니다.

일명 '조류독감'으로 불리우는 AI 바이러스는 사람으로 치면 감기에 걸릴 뿐이지만 닭이나 오리 등 가금류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이제까지 확인된 바이러스 유형만 100여종에 달해 대처방법도 쉽지 않다.


특히 올해 발생한 고병원성 H5N6형 AI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는 새로운 유형으로 그 감염이나 증상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 지도 속단할 수 없는 처지다.

AI 피해가 잇따르면서 정부가 농가 보상 등에 쏟아부은 돈은 어마어마하다. 2008년 전국 1500개 피해농가에 3070억원에 달하는 살처분 보상금과 생계 소득안정 지원금을 지급했는가 하면, 2014~2015년 상반기까지 AI 발생 782개 농가에 투입된 보상 및 지원금만 해도 2380억원에 달했다.

올 해 발생한 AI 바이러스는 확산속도가 그 어느 때 보다 빨라 당황스럽다. 지난 달 첫 발생한 AI는 이후 충남·북, 전남·북에서 동시다발로 터지더니 어느새 경기도까지 치달아 수도 서울을 위협하고 있는 지경이다. 한 달새 AI 감염으로 살처분 된 가금류만 벌써 1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지금까지 이 유형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16명중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AI 바이러스가 더 이상 조류에만 해당 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AI 피해농가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 대한 관련 위생정보 제공 및 보호조치도 시급해 보인다.

방역당국은 일단 확산 저지를 위해 일시 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발동하는 등 총력대응 태세다. 철새들의 이동경로인 서해안 지역의 가금류 관련 축산인과 농장, 축산시설 및 차량 등을 대상으로 36시간(19일 0시~20일 낮 12시)에 걸쳐 차단방역을 실시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의 안일한 AI 대응은 또 다른 사태의 전조(前兆)일 수 있다. 더우기 지금은 '최순실 게이트'로 야기된 국정공백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답답하고 심란하기는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요즘들어 "내가 이럴려고 공무원이 됐나"라며 고개 숙이는 공무원들의 모습을 봐도 그렇다. 그래도 국민들은 기대한다. 그대들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堡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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