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희의 소소한 法이야기]다짜고짜 신분증 달라? 불심검문 대처법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 2016.11.23 15:12

[the L]불심검문 '동의' 없이는 안돼…'정신적 피해' 손해배상도 가능

편집자주 | '법'이라면 언제 어떤 이야기를 들어도 멀고 어렵기만 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영화 한 편을 받아 볼 때도, 당장 살 집을 얻을 때도 우리 삶에 법과 관련없는 것은 없죠. '법' 대로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했을 생활 속의 소소한 질문들을 알아봅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광화문에서 대학로 공연을 보러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가던 민솔씨. 갑자기 경찰이 택시를 세우더니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지만 경찰은 "어디에 가느냐" "딴 짓하러 가는 것은 아니냐"고 되물었다. "대학로에 공연을 보러 가는 길"이라고 말했지만 경찰은 "어떻게 믿느냐"며 신분증과 가방을 봐야겠다며 붙잡고 보내주지 않았다. 한동안 실랑이 끝에 민솔씨는 공연시간이 얼마남지 않아 결국 신분증을 보여주고 가방검사까지 해야했다. 기분이 나빴지만 보내주질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민솔씨는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택시를 타고 가다 붙잡히니 기가 막혔다"며 상한 기분이 나아지질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덩달아 경찰에게 억지로 불심검문을 당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길다가 갑자기 경찰이 신분증과 가방을 보여달라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그리고 벌써 당해 피해를 입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신분증·가방 보여달라…"왜요? 경찰 신분증 먼저 보여주세요"

경찰이 불심검문을 할 수 있는 경우는 두 가지다. 경찰직무집행법 제3조1항에 따르면 경찰은 △수상한 행동이나 주위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어떤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 △이미 행해진 범죄나 행해지려는 범죄 행위에 대해 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 같은 법 제3조 제3항은 불심검문한 사람이 흉기를 가지고 있는지 경찰이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행인에게 질문을 하고 흉기가 있는지 조사를 하려면 경찰은 먼저 '자신의 신분'과 '이유'를 밝혀야 한다. 같은 법 제3조 제3항은 경찰관이 질문을 할 때 '자신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소속과 성명, 질문의 목적,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행인은 거부할 수 있다. 같은 법 제3조 제7항은 '질문을 받거나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형사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르지 않고는 신체를 구속당하지 않고, 의사에 반해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정해두고 있다. 경찰은 동의 없이 신분, 소지품 검사 등을 할 수 없다. 소지품 검사는 흉기소지 여부를 확인할 때만 가능한데, 역시 이때도 가방 외부를 관찰할 수는 있지만 동의없이 가방을 열어볼 수는 없다.

대법원 "불심검문 최소한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능"

어떤 이유라도 원하지 않는 검문에 응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합리적 이유'가 있고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수준'에서 불심검문이 정당한 경우도 있다.

지난 2009년 인근에서 자전거 날치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불심검문을 실시했는데 거부했다가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진 사건에서 대법원은 "범행과 관련성, 상황의 긴박성 등에 비춰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방법"이었다며 경찰의 불심검문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서 같이 가자고요? 싫어요"

경찰은 경찰서에 가서 얘기하자고, 즉 임의동행을 요청할 수 있다. 물론 동행을 요청받은 사람은 이를 거절할 수 있다.

경찰직무집행법 제3조2항에 따르면 '경찰관이 불심검문 대상자를 정지시킨 장소에서 질문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될 수 있을 때' 경찰서나 파출소 등에 동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의동행은 경찰의 편의가 아니라 불심검문을 당한 사람의 편의를 위한 것이다.

임의동행으로 경찰서 갔어도 언제든 나올 수 있어

어떤 이유로든 임의동행을 하게 됐다면 가족이나 친지 들에게 즉시 연락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법 제3조 제4항은 동행한 사람의 가족이나 친지 등에게 동행한 경찰의 신분, 동행장소, 동행 목적과 이유를 알리거나 본인이 즉시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물론 경찰은 동행인에게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알려줘야 한다.

임의동행해서 결찰서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최대 6시간이다. 같은 법 제3조6항은 '6시간을 초과해 경찰관서에 머물게 할 수 없다'고 정해두고 있다.


임의동행으로 경찰서나 파출소에 갔더라도 본인이 원할 때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대법원은 임의동행에 대해 "언제든 자유롭게 동행장소에서 나갈 수 있는 등 오로지 자발적 의사에 의해 동행이 이뤄졌다는 것이 객관적이 사정에 의해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해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불심검문 거부하다 몸싸움…'정당방위'

불심검문을 거부했는데도 경찰이 억지를 부려 다툼이 생겼다면 어떻게 될까. 경찰이 무력을 사용해 불심검문이나 임의동행 요구를 할 수는 없다. 불심검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수갑을 채우거나 소지품을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는 것도 불법이다.

거절을 했는데도 경찰이 억지로 무력을 사용해 불심검문을 하려다가 몸싸움이 생겼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아니다. 정당방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폭행이나 상해죄도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이 먼저 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경찰의 불심검문에 항의를 하다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 혐의를 받은 사건에서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해 성립한다"며 "경찰이 불법체포를 하려해서 벗어나기 위해 상해를 가한 것은 정당방위"라며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불심검문 당했어요"…손해배상 받을 수 있다

법대로는 '거절'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거리에서 만난 경찰이 억지로 불심검문 요구를 하면 개인이 이를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민솔씨처럼 차를 붙잡고 안보내주기도 하고, 신분증을 보여줄 때까지 통행을 막기도 한다.

경찰직무집행법은 경찰이 법을 어겼을 때 처벌하는 조항을 두도 있다. 제12조에 따르면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해질 수 있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다. 국가배상법 제2조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을 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손배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경찰의 부당한 불심검문으로 손해배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1997년 길을 가다 경찰에게 강제로 불심검문을 당해 소지품 검사까지 당한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고 "국가는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지난 1998년에는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고 강제로 경찰서에 잡혀갔다가 풀려난 대학생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은 1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하다. 송아람 변호사는 "불심검문을 당했다는 사례가 실제 늘고 있다"며 "불심검문을 거부했는데도 경찰이 붙잡고 놔주지 않는다면 경찰의 성명과 소속, 검문 이유 등을 명확히 확인하고, 당시 상황을 영상 등 자료로 남기면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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