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호신술, 실전에서 쓸 수 있을까?…실험해보니

머니투데이 이슈팀 박지윤 기자 | 2016.11.25 08:03

[보니!하니!-②]주짓수 4일·1년·3년 여성 실험 결과는?…호신술 첫걸음은 '자신감'


①편 ''여성이 남성 제압할 수 있는 운동' 주짓수 5일간 배워보니'에서 계속

퇴근길 지하철. 붐비긴 하지만 옆 사람과 몸이 닿을 정도는 아니다. 등 뒤로 한 남자가 몸을 밀착시켜온다.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치한인가. 실수로 닿은 것일 수도 있는데 괜히 오버하는 것은 아닐까. 따라오면 어쩌지.'

"이 상황에서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하지 마세요"…호신술 첫걸음은 '자신감'

'성폭행 예방과정'인 여성 호신술 첫 시간, 수업은 상황극으로 시작됐다.

지하철에서 등 뒤로 접근하는 남자를 시작으로 상상도 하기 싫은 장면들이 이어졌다. 골목길에서 따라오는 상황, 팔을 잡거나 끌어안고 납치하는 상황, 성폭행 직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해 대응법을 익혔다.

선생님들이 괴한이 허리를 끌어안을 경우 벗어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사진=박지윤 기자

"하지 마세요." 가장 처음 배운 것은 지하철 치한의 눈을 마주보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 포인트는 상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범죄가 절반 정도 줄어든다고 했다.

'이것도 호신술이라고?'라는 의문이 들었다. 실제 상황도 아닌데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 머쓱했다. "좀 더 크게"라는 지시에 맞춰 자꾸 연습하다보니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어색한 느낌도 서서히 사라졌다.

기술에 앞서 익혀야 할 호신술의 첫걸음은 '자신감'이었다. 선생님은 "범죄자들은 포식동물처럼 사냥하기 쉬운 상대를 노린다"며 "강하고 쉽게 제압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업에서도 시범을 보이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큰소리로 "싫어요"라고 말하라고 했다. 일상생활에서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는 연습이었다. 성범죄의 약 75%는 면식범에 의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성범죄는 보통 4단계로 나눠진다. 1단계는 가해자가 대상을 탐색하는 것, 2단계는 접근, 3단계는 고립된 공간으로 끌고가는 것, 4단계는 범행이다. 프로그램은 실제 성폭행 사례를 바탕으로 경찰과 함께 연구해서 만들어졌다고 했다.

2단계 이상의 상황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힘이 약하기 때문에 주로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기술이 많았다. 잡힌 손목을 뺀다거나 가해자가 허리를 끌어안았을 때 빠져나오는 법 등이 그랬다. 주저앉은 상태에서 일어나기, 바닥에 눕혀진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등은 주짓수 수업에서 배운 기술들을 이용했다.
기자 본인이 호신술 실습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지윤 기자

가해자 역할을 한 남성의 힘은 굉장히 세게 느껴졌다. 실제 상황이라면 더 엄청난 힘을 쓰는 상대를 만날 거라고 생각하니 아득해졌다.


선생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나온다고 믿으세요"라며 용기를 줬다. 이어 "1단계에서 못 막았다면 2단계에서, 그도 못 막았다면 4단계에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서 이날 연습했던 호신술을 계속 복기했다. 배운 것은 모름지기 써먹어야 하지만 호신술만큼은 실전에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성 호신술 프로그램은 머리채를 잡혔을 때, 칼을 든 상대를 만났을 때 등 15가지 성폭행 상황별 대응법을 배운다. 이후 기술을 연결해 실전에 적용하는 법을 연습한다. 전체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데는 약 1년 정도가 걸린다.

"만약 자신을 지키지 못했던 경험이 있더라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 수업을 들은 다음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다고 해도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여자가 옷을 야하게 입어서, 밤늦게 돌아다녀서'라는 식으로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는 것 또한 호신술 수업의 일부분이었다.

◇실험 : 호신술, 실전에서 쓸 수 있을까

여성 호신술을 포함해 주짓수를 배운 지 4일째 되는 날, 호신술을 배운 것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했다.

실험은 4일 동안 배운 기자와 주짓수 11개월 경력의 최선아씨, 3년 경력의 정다혜 선생님이 각각 치한에게 어떻게 대처하는지 비교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최씨는 여성 호신술 과정을 이수했고 정 선생님은 호신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짓수를 배운 적 없는 30대 남자 기자가 치한 역을 맡았다.

실험일 뿐인데도 긴장됐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배운 대로 눈을 보고 "멈춰!"라고 외쳤다. 치한이 움찔 놀랐다. 스텝을 밟으며 뒤로 조금씩 물러났지만 금세 제압당했다.

배운 것이 많았는데 막상 닥치니 머릿속이 하얘지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치한의 힘이 너무 세기도 했다. 정 선생님이 "밑에 깔렸을 때 골반 뒤집기를 할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멈춰!'라고 외친 것은 잘했다"며 격려해줬다.

분한 마음에 "다시 한 번 해보자"고 했지만 결과는 또 실패였다.
선생님들이 범행 단계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에 대해 시범을 보이고 있다./사진=박지윤 기자

하지만 다른 두 여성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0대 건장한 남성은 중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했음에도 두 사람에게 제압됐다.

최선아씨는 "스파링이 아니고 일반 남성과 겨룬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정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최씨는 "상대가 움직이지 않으면 움직이며 힘을 뺄 필요가 없다"며 주짓수 수업에서 배운대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힘을 아끼며 버티는 것"을 강조했다.

"연습을 꾸준히 하고 시뮬레이션도 자주 해봐야 실전에 도움이 될 거예요"라고 두 여성은 입을 모았다. 기자는 비록 짧은 시간에 제압당했지만 두 여성이 해내는 것을 보니 희망이 생겼다.

이후 한 번 더 호신술 수업에 참석했다. 이날 다시 실험을 했더라도 1패를 추가하는 결과밖에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당하게 보일 것'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 '어느 상황에서도 피해자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배우고 가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었다. '1년쯤 배우면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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