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여성이 남성 제압할 수 있는 운동' 주짓수 5일간 배워보니

머니투데이 이슈팀 박지윤 기자 | 2016.11.25 08:03

[보니!하니!-①]나를 지키기 위한 험난한 과정…남성과 함께 훈련해 실전력↑



'늦은 밤 지하주차장에서 낯선 남자가 뒤에서 덮친다면?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숨어 있던 남자가 성폭행을 시도한다면?'

사회면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성범죄 상황들이다. 남성이 완력으로 여성을 제압하려고 하면 힘과 체격에서 밀리는 여성은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을까. '격투기 여제' 론다 로우지가 아닌 평범한 여성은 자기방어를 해낼 수 없을까.

'여성이 남성을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운동'으로 알려져 호신술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주짓수를 5일 동안 배워보기로 했다. 기초반 수업 3번, 주짓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여성 호신술 수업 2번을 듣는 동안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을까. 호신술을 실전에서 쓸 수 있을까.

◇낙법 소리에도 '움찔' 놀랐던 첫날…버티는 것도 쉽지 않아

지난달 24일 저녁, 서울 강남구의 한 주짓수 도장을 찾았다. 건장한 남성들이 바닥에서 두 명씩 서로 뒤엉켜 겨루고 있었다. "퍽퍽" 낙법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날 때마다 움찔거리며 놀랐다. '괜히 배운다고 했나봐'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주짓수는 '싸움의 전략'이에요." 수업 시작에 앞서 관장님에게 주짓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실전 싸움에서 상대가 더 크고 힘이 세고 운동능력이 뛰어날 경우 일단 버티면서 살아남는 거예요"라고 했다. 여성 호신술 이전에 주짓수 자체도 호신술의 의미가 있다는 뜻이었다.

주짓수 창시자인 엘리오 그레이시(1913~2009년)./사진=박지윤 기자
주짓수는 1900년대 초 브라질에 전수된 일본 전통 무술인 유술을 그레이시 가문이 변형하고 발전시킨 무술이다. 주짓수는 여러 유파로 나뉜다. 브라질리언 주짓수는 스포츠로서 시합을 중심으로 하는 데 비해 이곳에서 배우는 그레이시 주짓수는 상대가 주먹과 발 등으로 마구 공격해도 막을 수 있는 실전 싸움을 전제로 훈련한다.

기초반에서 배우는 36가지 기술 중 가장 먼저 배운 것은 '펀치 블록 시리즈'. 몸 위에 올라탄 상대가 팔을 휘두르며 때리려고 할 때 방어하는 기술이었다. 상대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한쪽 팔을 막고 목을 감싸쥐는 자세가 기본. 이후 공격자의 자세 변화에 따라 1~5단계로 동작이 나뉘었다.

주짓수의 목적은 "상대가 완전히 지칠 때까지 버티다 힘이 역전되면 그때 조르기나 관절꺾기로 싸움을 끝내는 것"이라고 했다. 섣불리 공격에 나서지 않고 버티기만 해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됐다.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바닥에서 들어올린 채 배를 웅크리고 방어하려니 목 뒤와 배가 금방 뻐근해졌다. 동시에 다리로 상대의 몸통을 움켜쥐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기술 시범과 실습이 반복됐다. 바닥에 깔린 사람이 몸을 뒤집으려고 버둥거리는 모습을 볼 때는 표정관리가 안 됐다. 동공 지진과 함께 안면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복잡해지는 마음을 추스르고 매의 눈으로 시범을 지켜봤지만 돌아서면 머릿속이 백지로 변했다. 다행히 오래 배운 수련생들이 파트너가 돼 동작을 하나하나 짚어줬다.

'골반 뒤집기' 기술을 성공시켰다. 학창시절 체육성적이 '양, 가'를 벗어나지 못했던 기자 본인의 운동신경에 대한 기대치는 0에 가까웠기 때문에 스스로 무척 대단하다고 여겼다. "코어 힘이 좋은 것 같다"는 칭찬까지 들으니 '나 좀 세진 듯'이라는 대책 없는 자신감까지 생겼다.

◇힘·체격 차이 나는 남성과 연습…실전 싸움은 이런 것

기초반 둘째 날. 시작에 앞서 10분간 전날 배운 기술을 복습했다. 분명히 배웠고 칭찬까지 받았는데 절반 정도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배와 팔, 다리 등 온몸이 여기저기 쑤시기도 했다. 잠시 치솟았던 자신감이 떨어지며 겸손함을 되찾았다.

이날의 파트너는 남성. 주짓수에서는 약한 사람도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성별 구분 없이 맞붙을 수 있다. 이성과 파트너가 되면 민망할 것 같다는 걱정은 몇 초 안에 사라졌다. 어색함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머리로 조금 전 본 시범을 되짚으며 몸으로 그걸 재현하는데 마치 버퍼링이 걸린 것처럼 버벅거렸기 때문이었다. 남성과 연습하면 실제 체격과 힘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했다.

주짓수 수업이 끝나면 함께 수련한 사람들이 모두 악수와 인사를 나눴다. 싸움의 전략을 배우는 자리지만 분위기는 훈훈했다./사진=박지윤 기자
한쪽 발을 상대의 오금에 걸고 반대쪽 손은 상대의 발뒤꿈치를 잡고 당겨 뒤로 넘어뜨리는 '훅 스윕'을 연습했다. 전날 기자를 겁먹게 만든 "퍽" 소리가 나며 상대가 떨어졌다. 역할을 바꿔 기자가 넘어질 때는 몸이 붕 떠오르는 느낌과 함께 '허리 나가는 건 아닐까' '내일 출근 못 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를 지키기 위한 배움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기초반 셋째 날. "왜 자꾸 눕는 거죠?" 사흘쯤 배우니 궁금한 게 많아졌다. 바닥에 드러누운 자세가 많은 이유는 실전 싸움에서 바닥에 눕거나 깔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화려한 발차기와 상대를 정확히 겨눈 주먹 등 액션영화에서 보는 싸움은 영화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밑에 있다고 위험한 게 아니에요." 당황하고 움직이면서 스스로 힘을 빼면 불리해졌다. 상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버둥거리면서 힘을 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기다렸다가 그 순간을 포착해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배운 '엘보우 이스케이프'는 이전의 두 가지 기술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이만큼 어려운 기술이 33개나 남았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 번 겸손해졌다. 이날까지 배운 것이 주짓수와 호신술 세계의 문턱을 아주 살짝 넘은 정도는 될까.

②편 '호신술, 실전에서 쓸 수 있을까?…실험해보니'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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