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안일한 대처에 금융회사 또 환류세 폭탄 맞는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6.11.22 05:52

정치권 배당공제 축소, 금융회사 배당 더 늘려야 하는 역설...성과연봉제·IFRS17 취지에 어긋나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무관심과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금융회사들이 올해도 거액의 기업소득 환류세(이하 환류세)를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류세는 기업의 배당·임금 확대를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지도에 따라 은행권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임금 인상을 억제해야 하고 보험회사는 2021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배당을 자제해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이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2017년까지 한시 도입하기로 했던 환류세제의 기한 연장을 추진하고 있어 금융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원회 새현판.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금융회사들이 환류세 ‘폭탄’을 피해가기 위해 외부 컨설팅을 의뢰하는 등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환류세제는 당기소득 30% 중 임금 증가액과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10%를 과세하거나 당기소득 80% 중 투자, 임금 증가액, 배당금을 제외한 금액에 10%를 과세하는 제도다.

배당이나 투자, 임금을 늘려 기업이 곳간에 쌓아둔 자금을 풀도록 하려는 취지지만 금융회사도 제조업체 등 다른 업종의 기업과 똑같은 기준을 적용받으면서 논란이 커졌다. 금융회사는 공장이나 시설 등을 갑자기 늘릴 수 없어 투자를 확대하기 어려운데다 대기업보다 높은 임금 수준에 성과와 관계없는 호봉제로 성과연봉제 도입이 추진되면서 임금을 인상할 수도 없는 처지다.

특히 보험사는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IFRS17이 2021년부터 도입되면서 앞으로 4년 내에 20조~30조원에 달하는 거액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올초부터 보험회사에 과도한 배당 지급을 자제하고 자본을 확충하라고 권고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지시에 따라 배당을 자제하고 자본을 확충한 보험회사들은 거액의 환류세를 내야 했다.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으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KB손해보험, 흥국생명 등은 회사별로 많게는 100억원이 넘는 환류세(변액보증준비금 공제 전 기준)를 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은 올 3분기까지 순이익이 벌써 1조원이 넘어 지난해 대비 배당성향을 높이지 않으면 올초 부담했던 것보다 더 많은 환류세를 내년에 내야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금융회사를 환류세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미적거리다 시기를 놓쳤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과세기준은 이미 확정돼 금융회사만 예외로 하기가 어렵다”며 “보험회사는 자본 확충이 중요한 만큼 내년에 기재부에 보험회사만이라도 환류세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지만 결정권은 기재부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익에 대해서도 환류세 납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국회에서는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이 환류세제를 3년 연장하고 배당공제 혜택을 절반으로 줄이는 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기재부가 제출한 세법 개정안은 환류세제를 2017년까지만 추진하되 배당공제를 80%로 축소하는 것이다.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은 배당공제를 없애고 환류세제를 무기한 시행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이번에 법안심사를 진행한다.

환류세제 도입이 배당 확대로만 이어지자 배당공제를 줄여 시설 투자나 임금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회사로선 임금 확대도, 시설 투자도 할 수 없어 배당을 종전 대비 훨씬 더 늘려야 환류세를 피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금융회사를 환류세제 적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한데 금융위가 금융회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다는 비판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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