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로운 온라인 광고와 신뢰사회

머니투데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 2016.11.24 06:51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2010년 초 국내에서 개봉한 ‘파라노말 액티비티’란 공포영화가 있다. 캠코더와 다큐멘터리 촬영기법을 이용해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 상황인 것처럼 연출해 관객들의 스릴과 공포감을 극대화시켜 화제가 됐다.

최근 광고시장에도 이런 기법이 등장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뉴미디어의 확산과 함께 소비자들의 감성과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광고가 출현한 것인데,‘바이럴마케팅’이나 ‘네이티브 광고’가 대표적이다.

‘바이럴마케팅’은 누리꾼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기업이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이용후기 등을 작성, 널리 퍼뜨리는 마케팅 기법이다. 블로그나 SNS(쇼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연예인이나 파워블로거 등이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이나 동영상을 보여주고 추천하는 형태의 광고다.

‘네이티브 광고’는 SNS 등 온라인에서 플랫폼의 주요 콘텐츠와 비슷한 형식으로 제작한 광고를 말한다. SNS에서 화장법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든지 웹툰의 형식을 빌려 자연스럽게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이 그 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방식의 공통점은 소비자들이 해당 콘텐츠가 광고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광고주들은 소비자의 광고물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고 신뢰도를 높여 효과를 극대화한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해당 광고를 제3자의 객관적인 평가나 콘텐츠로 오인해 잘못된 구매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성형수술을 계획한 소비자들은 방학이나 휴가시즌을 전후로 한번 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성형외과 수술 경험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병원과 의사에 관한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자칫 수술이 잘못돼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선 이미 수술한 경험이 있는 다른 소비자들의 진솔한 후기나 평가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얼마 전 경찰 수사결과에서 보듯 이러한 이용후기 중 일부는 병원 측이 직접 작성했거나, 광고대행사가 블로거 등에 의뢰해 작성한 것도 적지 않다.

이러한 광고로 인해 품질과 가격 등 정당한 경쟁요소가 아닌 부정한 수단으로 고객을 유인한 사업자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돼 시장경제 질서의 정상적인 작동을 막는다.


광고를 보고 제품이나 서비스에 하자가 있어 소비자들에게 실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더 큰 문제가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광고가 만연할 경우 소비자들이 정상적인 사용후기나 인터넷 콘텐츠 등도 광고물로 의심하게 돼 사회적 불신을 증폭될 우려가 크고 온라인 광고와 온라인 시장 전반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도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이나 광고라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연방거래위원회는 2009년 12월 ‘추천광고와 증언광고의 이용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기업으로부터 상품이나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을 명확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일본 역시 2009년 7월 광고 블로거, 홍보대행사, 마케팅 대행사 등으로 구성된 ‘입소문 마케팅 협의회’를 발족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한국 역시 관련 규정을 만들어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제도적 장치나 사후적인 처벌만으론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 각종 허위·기만 광고를 적발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광고주와 매체 등 사업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정노력이다.

소비자들도 사업자가 제공하는 광고나 온라인 상에서 떠도는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기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정보를 수집하고 따져보는 깐깐한 소비자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다큐멘터리 기법을 사용한 ‘영화’다. 그렇기에 그것이 실제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혀지더라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광고’는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여야 한다.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요소를 일부 가미하더라도 그것이 광고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광고에 있어 최소한의 룰이다.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3. 3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4. 4 22kg 뺀 '팜유즈' 이장우, 다이어트 비법은…"뚱보균 없애는 데 집중"
  5. 5 "이대로면 수도권도 소멸"…저출산 계속되면 10년 뒤 벌어질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