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공과 늘공을 지배한 순공의 최후

머니투데이 세종=정진우 기자 | 2016.11.22 04:30
#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정부개혁 세미나’.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정부개혁을 위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타파 △관료적 통제 혁파 △부처 이기주의 격파 등 이른바 ‘정부 3파’가 필요하다고 했다.

능력 없는 공무원들이 과학기술정책, 산업정책, 교육정책 등 국가 혁신을 이끌 주요 정책을 망쳤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공무원들이 1980~90년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시기에 경험한 성공의 함정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자 경험을 토대로 장·차관을 지낸 어공(어쩌다 공무원) 출신인 이 전 장관은 늘공(직업 공무원)들의 ‘보신주의’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공무원들이 온갖 규제를 무기로 나랏일을 움켜진 탓에 적폐가 쌓인다는 얘기였다.

#반면 늘공들은 어공들이 문제라고 되받는다. 정책 결정 권한은 어공들 차지인 청와대나 입법부인 국회로 넘어갔고 "새로운 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어공들이 위에서 내려보내는 정치적 메시지 해석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어공들이 과도한 충성 경쟁이라도 하면 더 피곤해진다고 항변한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 집단인 기획재정부의 관료들은 "직업공무원들은 영혼이 없어야 한다는 걸 잘 알지 않냐"며 "지금 정부 시스템에서 (늘공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한다.

# 혹자는 어공과 늘공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문제는 비선 실세에 줄 선 순공(최순실 공무원)이라고 지적한다. 정권마다 등장하는 '순공들' 앞에서 어공과 늘공의 경계는 없다. 똑같이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로, 목표가 같기 때문이다. 목표가 같은 사람들이어서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이 최근 한 강연에서 "민선 5~6기에 어공과 늘공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혁신적인 성과를 냈다"고 했다.

지난 20일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이들 어공과 늘공의 일을 가로 막는 건 순공이란 생각이 든다. 비선 실세의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그들은 움직였다. 어공이든 늘공이든 순공 앞에선 무력감과 자괴감이 컸고, 그만큼 국정은 무너져 내렸고 비례해서 국민들의 한숨도 커졌다. 통탄할 노릇이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