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들었다 내리고, 주먹을 쥐고 펴는 동작을 취하자, 로봇이 그대로 따라했다. 손목의 꺾임이나 팔꿈치를 굽힌 각도, 팔을 뻗은 방향 등 미세한 동작 모두 조종자의 행동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에서 배준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원자력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원격 조종 재난 대응 로봇’, 이른바 ‘아바타 로봇’을 직접 체험해 봤다. 재난 대응 로봇이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형 재난 발생 시, 사람 대신 재난 현장에 투입하는 로봇을 말한다. 이 로봇 연구의 핵심은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직관적인 로봇 제어 인터페이스에 있다.
UNIST의 ‘원격 조종 재난 대응 로봇’은 양팔의 상완, 전완 등의 위치에 센서가 달린 수트, 손가락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특수 장갑 등을 착용해 조종한다.
박 연구원은 “얼마나 세게 쳤는지 또는 얼마나 멀리 밀었는지 등은 아마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는 힘, 당기는 힘 등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격 조종 재난 대응 로봇’은 LTE 통신망을 통해 원거리 조종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 LTE 속도로 로봇을 제대로 제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UNIST 바이오 로보틱스 및 제어연구실 정영태 박사는 “만약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를 제거한다고 가정할 때 수많은 전력선 중에 하나를 집어 가위로 끊어야 한다면 로봇손에 올려진 1g 미만의 작은 무게 변화, 가위에 가하는 압력 등을 조종자가 동시에 감지하면서 해체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현 LTE 통신망으로는 로봇과 조종자 간에 1초 미만의 지연시간이 발생해 이 같은 작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통신 지연시간을 밀리초(1000분의 1초) 수준 이하로 줄이는 후속연구가 이뤄져야만 목적한 대로 작동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착용형 VR(가상현실) 디스플레이를 머리에 쓴 상태에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봤다. 그러자 로봇 목에 부착된 카메라가 함께 움직이며 촬영한 영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문이나 벽까지의 거리가 정확하게 와닿지는 않았다. 정영태 박사는 “현재는 단순한 시각적인 정보만을 제공해 원근감이 떨어지는 편”이라며 “재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선 VR 기술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4족 보행 장치 등을 적용해 이르면 3년 안에 실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초기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재난 대응 로봇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6월 세계 최고의 재난 대응 로봇을 뽑는 ‘다르파(DARPA,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 로봇틱스 챌린지스’에서 KAIST 오준호 교수 팀의 ‘휴보’는 6개국 24개팀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정부는 ‘국민안전로봇 프로젝트’에 6년간 약 7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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