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트럼프 리스크와 과제

머니투데이 박종구 초당대 총장 | 2016.11.16 04:51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트럼프 당선의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로 인종정치가 승리를 견인한 점이다. 이민과 출산율 상승으로 비백인 인구가 급증했다. 2043년에는 인구의 절반을 넘어설 전망이다. 4년마다 소수인종 유권자 비율이 2%포인트씩 상승했다. 백인 유권자 비율이 2000년 78%에서 올해 69%까지 하락했다. 백인의 증오와 공포를 자극하는 인종정치가 승리의 일등공신이다. 직설화법으로 백인의 정서를 교묘히 자극했다. “공포는 미 정치에서 항상 강력한 자극제”라는 워싱턴 컬리지의 메리사 데크먼 교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로 글로벌화, 기술혁신 등으로 80년대 이래 백인 근로자의 경제여건이 상대적으로 악화된 점이다. 1984년에 비해 제조업 규모가 2배 커졌지만 일자리는 3분의1가량 줄었다. 노동분배율이 1970년 68.8%에서 2013년 60.7%로 낮아졌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심플한 화두로 유권자 표심을 사로잡았다.

셋째로 워싱턴 정치와 월가의 탐욕에 화가 난 유권자들에게 어필했다. 플로리다주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9명이 워싱턴 정치가 변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아웃사이더로 자신을 부각시킨 선거전략이 기막히게 먹혀들었다. 반면 클린턴은 ‘워싱턴 인사이더’와 ‘월가 유착’이란 2가지 아킬레스건을 극복하지 못했다. 퍼스트레이디 8년, 상원의원 8년, 국무장관 4년 등 4반세기 동안 워싱턴 정가의 파워맨이었다. 3번의 골드먼삭스 특강으로 약 7.7억원을 챙기고 지난 15년간 강연료 등으로 23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사실은 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앞으로의 과제가 녹록지 않다. 1차로 경제를 살려달라는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2010년 10월 10.1%던 실업률이 4.9%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도 고용률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위(中位) 가계소득이 1999년 5만6080달러에서 2012년 5만1017달러로 줄어들었다. 약 1조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약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3%로,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인하하는 감세정책은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칠 확률이 높다.


다음으로 심화된 국론분열 문제다.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란 반대 시위가 도처에서 일어났다. 유권자의 3분의1, 클린턴 지지자의 92%가 그의 당선에 ‘겁을 먹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CBS 조사는 응답자의 82%가 미 정치에 더욱 환멸을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당선 연설에서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것도 국론분열 우려 때문이다.

‘미국 우선’(America First) 정책은 글로벌 질서에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스트롱맨 숭배 행태는 전통 우방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한 것은 이런 우려가 표출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가 트럼프 당선을 ‘세계 10대 리스크’에 포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의 ‘강한 미국’ 슬로건은 밴더빌트대 래리 바텔스 교수의 주장처럼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향수’에 어필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교경험이 없는 그가 글로벌 역학관계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우려스럽다.

오바마 대통령의 흔적을 어떻게 지워나갈 것인가. 그는 건강보험개혁법 소위 ‘오바마케어’ 폐지를 공약했다. 2010년 법 제정 이후 2000만명이 혜택을 받게 되었다. 의료보험 미가입 비율도 2013년 13.3%에서 2016년 상반기 8.6%로 급속히 떨어졌다. 흑인과 히스패닉이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오바마케어 폐지는 이들에 대한 정면 공격이다.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 폐지도 난제다. 웰스파고, 모간스탠리 등 주요 은행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 새로운 금융규제 체계에 적응해왔다. 투기적 투자행위를 규제하는 ‘볼커룰’ 폐지에 역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국가지도자로의 변신에 성공할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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